[촌부의 단상]
이틀치 일기를 한꺼번에 쓰다보니...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스무아흐렛날
어제까지만 해도 꽃망울이 맺혀있던 현관 입구
꽃양귀비가 오늘 아침에 드디어 두어 송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 흰색 꽃양귀비 씨앗을
뿌려놓았는데 그전에 있던 빨간색 꽃만 피었다.
반갑기는 했지만 아쉬움도 살짝 남는 것이었다.
장독대 옆과 산목련나무 밑쪽에는 낮달맞이꽃이
노란색으로 피고 있다. 어떤 꽃이든 피고지는 걸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음은 산골살이 즐거움이다.
선선한 이른 아침에 옥수수 2차 웃비를 주었다.
현재까지 자라는 것으로 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옥수수 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이어 옥수수밭 옆쪽에 들깨 심으려고 남겨놓은
한 이랑의 밭을 정리했다. 그냥 두었더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끝부분의 열무를 뽑은 곳까지
모두 정리를 했다. 때마침 멘토 유氏 어르신께서
들깨 모종이 다 자랐다며 갖다 심으라고 하셨다.
늘 감사한 어르신이다. 모종값도 받지않으셔서
딱히 드릴 것이 없다며 아내가 말린 황태를 조금
준비했다고 하여 갖다드렸다. 올때마다 꼭 들고
오느냐며 제발 그냥 오라고 하셨다. 허나 나눔을
받고 나눔을 하는 산골사람들의 마음인 것이다.
저녁무렵에 들깨 모종 한 판을 아내와 함께 심어
놓았다. 올해 마지막 심은 모종인 것이다. 우리는
들깨 열매 수확이 목적이 아닌 깻잎 수확을 위해
심는 것인데 조금, 아니 너무 많이 심은 듯하다.
아내는 여느해와는 달리 어린 잎을 좀 많이 따서
깻잎 장아찌를 담가 여기저기 나눔을 할 거란다.
밭에서 방울토마토 잎따주기와 오이덩굴 유인을
위해 유인 집게로 고정을 시키고 있는데 아내가
앵두를 따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제대로 앵두를
따게 된 것이다. 몇 해 전 잘 열리지도 않고 꽃은
피어도 열매로 이어지지 않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원대를 잘라버렸다. 그랬더니 몇 해 지난
올해 드디어 옆쪽으로 나온 여러갈래 가지에서
앵두가 열린 것이다. 모처럼 꽤 많은 앵두를 따서
좋다며 흐뭇해 하는 아내의 미소에 덩달이 신이
났다. 그런데 왜 밭가에 그늘이 진다며 잘라버린
앵두나무 생각이 떠올랐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또 상추를 바나나 박스로 한 박스 가득 나눔
했다. 한낮이긴 했지만 하늘의 구름이 오락가락
그다지 덥지않아 상추를 뜯기에는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여느해에 비해 줄여 심은 상추인데 올해
벌써 몇 번째 나눔인지 모르겠다. 아주 잘 자랐다.
아내가 "상추 장사 해도 되겠네!"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아내가 일하는 학교에 갖다주고 왔는데
모두 고맙고 감사하단 인사를 받고 또 받았단다.
나눔은 이래서 뿌듯하고 흐뭇한 것 아닌가 싶다.
어제는 어떻게 하다보니 일기가 결석을 했다.
그래도 본인의 습관적인 기록인 만큼 대충 적어
보기로 한다. 이따금씩 게으름을 피운다고 할까?
어제는 안개가 꽤 자욱한 몽환적인 아침이었다.
아침 기온은 영상 13도, 선선했다. 한낮은 영상
27도, 꽤 더운 날씨였다. 식물원에 일을 나가는
날이었다. 요즘은 쉬땅나무 제거작업이 시니어들
업무가 되었다. 가능한 그늘진 숲에서 일을 하고
무리하지말고 쉬엄쉬엄 하라는 관계자의 당부가
고마웠다. 쉬땅나무를 제거하는 이유는 이 나무는
워낙 뿌리번식력이 강해 다른 나무와 야생화의
성장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캐내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일기에 착오가 있어 정정을 하려고 한다.
어제 현관입구에 큰꽃으아리인 것으로 알고 심은
것이 꽃을 보니 아무래도 잘못 알고 일기를 쓴 것
같았다. 다시 확인후 검색을 해봤더니 착오였다.
잎은 거의 흡사하여 분간이 안될 정도인데 다른
꽃이 핀 것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꽃이 종처럼
생겼다고 하여 '종덩굴'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검은색 꽃이 핀다고 하여 '검종덩굴'이라고 하는
것을 옮겨심은 것이다. 어쩌면 더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 심은 큰꽃으아리가 있으니까
비슷한 종류 야생화 두 가지를 기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잘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속단한
것은 잘못이다. 기쁜 마음에 그냥 내까린 것이라
오류를 정정한다. 앞으로는 심사숙고 해야겠다.
솔직히 어제의 일기 결석은 식물원에서 쉬땅나무
제거작업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린 까닭도 있고,
아내가 정성껏 차린 저녁밥상에 술맛을 당기는 두
가지 음식 때문에 마신 쏘맥이 바로 그 원인이다.
도토리가루로 묵을 쑤어 묵사발을 만들어 놓았고
튀김가루에 빵가루와 새우가루를 넣고 반죽하여
새우, 쪽파를 넣고 부치다가 달걀 갠 것을 끼얹어
파전을 만들었다.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두 가지
요리(?)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내와의 약속, 스스로의 다짐을 어기진 않았다.
맥주 한 캔, 소주 석 잔이 하루 적정 음주량이다.
안주가 너무 좋아 참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마셨다.
그런데 낮에 식물원에서의 일이 조금 피곤했는지
식사후 피곤이 엄습하여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1시반이었다. 일기를 쓰지않은
생각이 났지만 그냥 귀찮았다. "에라~ 모르겠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내일 쓰면 되잖아?"
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냉수 한 컵 들이키고 또
잠에 푹 빠져버렸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내가
"당신 어제 일기 안썼더라! 요즘 자꾸 게으름이
심해지는 거 아녀? 당신 팬들이 기다릴 텐데..."
라고 하여 "뭐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무지랭이 촌부의 일기인데 누가 기다리겠노?"
라고 대답은 했지만 마음속은 뭔가 모르게 자꾸
허전함이었고 잘못하긴 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