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밀린 숙제처럼 사흘치 일기를 쓰다!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열여드렛날
지난 이틀(13, 14일) 일기를 못쓰고 지나갔다.
금요일에는봉평면민체육대회 준비를 한답시고
늦은 오후에 마을에서 짐을 챙겨 체육공원으로
갔었다. 마을주민들이 앉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텐트를 치고 탁자, 의자를 배치하고 주방시설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열심히 일했다. 특히 다음날
비소식이 있어 대비하느라 텐트 위쪽에 비닐을
덮으며 고생했다. 40~50대 젊은이가 거의 없는
우리 마을이라 60대 아우 몇 명에 70대 촌부를
비롯 몇몇 형님들이 솔선수범 함께 해야만 했다.
그래도 19개 마을 중에서 가장 먼저 행사준비
마무리를 할 수 있음은 단합하는 모습에서 비롯
된 것이라 여겨진다. 행사준비를 마치고 이장이
그냥 가면 되냐고 식사하며 소주 한잔 곁들였다.
그래서 취기에 노곤해 금요일은 일기를 못썼다.
면민체육대회 당일인 어제는 부녀회에서 준비한
음식과 식기를 비롯한 취사도구를 싣고 가느라
아침 7시에 마을회관에 모였다. 여전히 전날에
모여 일했던 주민들이다. 다행히 내린다고 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밤에 조금 내린 것 같았다.
행사는 오전 11시 시작되었지만 주민들이 오기
전에 일찌감치 미리 서둘러 준비를 했다. 부녀회
회장과 회원들은 전날 하루종일 음식을 준비한
것도 모자라 당일인 어제도 일찍 행사장에 나와
또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테이블 셋팅하고 나니 주민들이 삼삼오오 몰려
왔다. 거의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
60~70대도 이따금씩 보였다. 50대 젊은이들도
몇몇 보였지만 외주에서 이주한 듯해 일하라는
말은 못했다. 전날 오후와 당일 아침에 일했던
아우들, 형님들과 함께 마을에 봉사한다는 그런
마음으로 일을 했다. 촌부는 바베큐 그릴에 고기
굽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정말로 마을일에
열성이면서 솔선수범하는 아우와 둘이서 고생을
좀 했다. 날씨는 더웠고 바베큐 그릴은 뜨거웠고
구워지는 고기를 이리저리 뒤집고 잘익은 고기는
한쪽으로 모아두고 다른 아우에게 접시에 담아
탁자로 나르게 했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촌부에 부녀회원들이 고생한다며 한마디씩
하는 것이 고마웠다. 그렇게 고기를 다 굽고나서
이번에는 마을주민들에게 줄 선물을 봉투에 담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기왕 땀을 흘렸으니 마저
더 흘리자며 시작했더니 보다못한 부녀회원들이
와서 도외주어 금방 마칠 수 있었다. 참 고마웠다.
말이 체육대회이지 명랑운동회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는 표현일게다. 운동장에서 뛰는 사람, 앉아
음식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사람, 모처럼 만나
이야기꽃 피우며 회포를 푸는 사람, 우리들 처럼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하루를 갖는 그것이
바로 면민체육대회가 아닌가 싶다. 2부 행사로
각 마을에서 한 명씩 노래 잘하는 주민들이 나와
가요제를 했다. 중간중간 경품행사까지 곁들여...
모두들 가요제 보다 경품행사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관내 업체와 개인들이 희사한 경품은
다양했다. 쌀, 고기, 술, 음료, 가정용품, 제설도구,
청소기, 냉장고, 냉동고, 대형TV등 꽤나 많았다.
마을주민들 몇 분은 당첨이 되어 소고기선물세트,
쌀20kg, 전기밥솥, 냉동고까지 타갔다. 촌부의
경품권은 꽝이다. 하긴 오래전 어느해 냉동고에
당첨되었던 행운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으니 다른
분들도 그런 기분을 느껴야 골고루 즐거운 것이
아닐까 싶다. 경품은 아니지만 좋은 선물을 많이
받아왔다며 아내는 흐뭇하다고 했다. 뒷먀무리를
하고 집에 왔더니 밤 9시가 다 되어 출출한 김에
야식 삼아 아내가 끓여준 감자라면에 소주 석 잔
했더니 피로가 엄습하여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이내 잠들어 깨보니 오늘 아침 5시 45분이었다.
그제서야 이틀째 또 일기 안 쓴 것이 생각났다.
사실은 오늘 아침 여러 '촌부의 단상' 애독자들이
무슨일이 있느냐? 어디 아프냐? 등등 걱정하여
게으름을 피운 것이 너무 죄송하고 참 미안했다.
아~참, 어제 행사 사회는 개그맨 김주철이었는데
정말 입담이 대단했다. 하루종일 끝없이, 한없이,
거침없이 떠들어대는 것을 보며 사회도, 개그맨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기왕 밀린 일기가 길어졌으니 오늘 것까지 마저
쓰자! 마치 학창시절 방학숙제 밀린 일기 쓰듯...
이른 아침 밭을 둘러보았다. 가뭄이라 비가 많이
필요한 요즘이다. 그나마 그젯밤 조금 내린 비가
도움이 되었는지 모습이 달라보였다. 꽤나 많이
자란 느낌이다. 넓은 옥수수밭은 어쩔 수 없지만
두 군데 작은밭은 아무래도 밭고랑에 부직포를
깔아야겠구나 싶었다. 그새 잡초들이 꽤나 많이
자라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일일이 호미들고
캐내는 것도 귀찮다. 솔직히 이젠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다. 잡초와 다툰다고
결코 이길 수 없는 것, 아예 자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을까지 편하게 농사짓는 방법,
잠시 고생은 되겠지만 두고두고 수월한 쪽으로
택하기로 했다.
사실 이마저도 귀찮아 부직포없이 그냥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지 싶다.
지난해 걷어놓은 부직포를 꺼내 순서대로 갖다
놓고 밭고랑에 깔았다. 밭고랑 형태가 지난해와
조금 달라져 길이가 들쭉날쭉, 그러면 대수인가?
길면 자르고 짧으면 덧붙이면 되는 것, 그렇게
길이를 맞춰놓고 이번에는 바람에 뒤집어지지
않게 ㄷ자핀으로 고정을 시켰다. 워낙 돌이 많아
중간중간 잘 박히지 않아 꽤나 애를 먹기도 했다.
여느해와 달리 ㄷ자핀을 그리 많이 박지 않았다.
늦가을에 부직포 걷을 때 핀을 뽑느라 애를 먹기
때문이다. 해놓고 보니 게으름 피운 것이 멋쩍어
혼자 웃고 말았다. 두어 시간 했을 뿐인데 그새
온몸을 땀범벅이 되었고 후줄근한 모습이었다.
어찌되었거나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뽑는
번거로움은 없을 것 같아 참말로 잘했구나 싶다.
그나저나 솔직히 말해 비가 많이 내렸으면 한다.
어제 행사 때는 비가 내리지않은 것은 다행인데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은 비가 내리기를 바랬다.
5월에는 그런대로 많은 비는 아니지만 꽤 자주
내려 괜찮았지만 6월에는 비다운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아서 많이 가물다. 농사가 걱정스럽다.
예보가 자꾸 빗나가긴 하지만 오늘밤 비소식을
은근, 내심 기대하게 된다. 제발 좀 많이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