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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쉬는 날이 더 바쁘네!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열닷새 보름날 


이른 아침 영상 14도, 한낮 영상 25도였다. 

여느날에 비해 한낮 기온은 낮았다. 햇볕은 꽤 

따가웠지만 간간이 부는 바람결 느낌이 좋았다. 

이제 한동안 더위에 지치고 고생하면서 지금의 

날씨가 오히려 더 그리울 날이 있을 것이다. 


하루 걸러 일주일에 3일을 나가는 식물원의 일,  

오늘은 쉬는 날이다. 이런저런 집일이 많다보니 

쉬는 날이 훨씬 더 바쁜 촌부의 일상이다. 아내는 

이젠 제발 일을 줄이라고 성화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걸 어찌하겠는가? 넓은 단지, 적잖은 밭은 

촌부를 한시도 가만 놔두지를 않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그냥 내버려둬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단지 촌부 스스로 그러지를 못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하절기엔 깨우지 않아도 5시면 

저절로 잠이 깬다. 그렇다고 이른 아침부터 해야 

하는 일도 없다. 오랜 세월동안 몸에 밴 습관이요, 

남다른 버릇이다. 아내 말을 빌리면 "당신은 누가 

아버님 아들 아니랄까봐 어쩜 그렇게 똑같으냐?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것 같아! 참 우습다니..." 

맞다! 아버님 살아생전 하루의 시작은 참 빨랐다. 

몇 시에 일어나시는지는 몰라도 아침마다 한번씩 

잠을 깼다가 다시 자곤했던 날들이 정말 많았다. 

그 당시에는 원망도 했었지만 지금은 이 촌부가 

아버님의 대를 잇는 그런 모습에 아내가 우스워 

죽겠단다. 아버님의 좋은 모습을 닮았다면서... 


이른 아침에 밭을 둘러보다가 문득 지금 시기엔 

황짱을 살포해야만 될 것 같아 지난해 일기장을 

살펴보니 많이 늦었음을 깨달았다. 뿐만아니라 

옥수수밭에 추비 살포도 늦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물을 받아 황짱을 희석한 다음 뿌렸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다음에 슬며시 밭으로 나갔다. 

추비를 넣으려면 옥수수 심은 사이에 구멍부터 

뚫어야 한다. 한창 이랑에 구멍을 뚫고 있는데 

아침운동을 하던 아내가 눈치를 채고 어깨에 맬 

수있게 만든 통에 비료를 담아 뚫어놓은 구멍에 

넣고 있었다.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는 이렇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게 되니까. 

그렇게 추비살포를 마치고 아내가 준비한 간식, 

커피를 앞마당의 야외탁자에 앉아 먹고 마셨다. 

앞마당에는 꽃들이 여쁘게 피었다. 사진찍기를 

엄청 싫어하는 아내에게 "꽂도 예쁜데 사진 한 

방 찍을까? 꽃옆에 한번 앉아봐라!"라고 했더니 

왠일인지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순순히 

말을 듣는 것 아닌가? 그런 아내에게 한 말씀을, 

"꽃보다 당신이 더 예쁜데..."라고 했다가 된통 

혼났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라고... 


아내가 집안에 들어가고 촌부는 블루베리 밭에 

가서 잡초를 뽑고 거름을 뿌렸다. 열매가 꽤 많이 

자랐다. 아주 자그마한 블루베리가 참 앙증맞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양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하다. 아내는 벌써 블루베리 딸거라며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아직 성목이 덜 되어 

매일 조금씩 먹는 우리의 자급자족은 좀 멀었다. 


그동안은 소문 내지않아 그랬지만 올해는 우리 

머위가 인기 짱이다. 벌써 몇 집과 나눔 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이웃 한결 엄마가 머위를 아주 

좋아한다며 조금 잘라놓으라고 했다. 더위지기 

전에 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전에 잘라왔다. 

학교에 나가며 갖고가서 전해줬더니 좋아했단다. 

오후에 아내가 전화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도 

머위를 좋아하신다며 자를 것이 있냐고 하면서 

데리러 올 때 조금 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 

어차피 내일 함께 일하는 동료 막내네에게 조금 

잘라다 주려고 했으니 한꺼번에 자르면 된다고 

하며 아내에게 "우리 머위 인기 짱인가봐?"라고 

했더니 "덥지만 수고 좀 해주시오!"라며 웃었다. 

그렇게 또다시 머위밭에서 땀을 조금 흘렸으나 

나눔한다는 뿌듯함과 흐뭇함에 더운 줄 모르고 

머위를 잘라 잎을 따서 가지런하게 다듬어 비닐 

봉지에 담았다. 늦은 오후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드리라고 아내에게 전해주었다. 집으로 오는 길, 

아내가 선생님이 무척 좋아하시더라며 하는 말, 

"당신 말마따나 우리 머위가 인기 짱이네!"라고 

하여 둘이서 웃었다. 이제 머위밭은 텅 비었다. 

또 자라면 밭이 가득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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