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보람으로 채운 하루
2025년 6월 8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열사흗날
6월 초순임에도 불구하고 한낮의 햇볕은 거의
폭염 수준이다. 기다리는 비는 소식이 감감이다.
뜨거운 햇볕에 밭작물들은 데쳐놓은 듯 축 처진
모습이다. 농부의 마음은 안스러움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말라죽게 할 순 없는 것,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호스를
설치하지 못해 냇깔에서 물 퍼다나르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스스로 게을러서 자초한 일이라서
감수해야하는 것이라 여기며 몇 차례 왔다갔다를
하며 목말라하는 밭작물들에게 물을 흠뻑 주었다.
아침 기온 영상 12도였는데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어쭙잖은 농부의 하루는 또 이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왜 힘든 줄을 몰랐을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아카시아 꽃내음이 코끝에
와닿는다. 무슨 6월에 아카시아꽃이냐고 하겠지?
이 산골의 아카시아는 5월 꽃이 아닌 6월 꽃이다.
독일붓꽃, 노랑꽃창포, 작약, 불두화까지 산골은
꽃들로 인해 눈, 코 그리고 마음까지도 향기롭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 호사이고 특혜로구나 싶다.
유난히 더운 오늘이었다. 한낮 기온이 영상 27도,
한여름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늦은 오후가 되자
나뭇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어 선선한 느낌이라
어제 멘토 맥가이버 아우가 주고간 도구를 듵고
머위밭에서 머위대를 조금 잘랐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웃 몇 집과 조금씩 나눔을 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다. 적당한 골라 자르고 잎을 따냈다.
어제 멘토 아우가 주고간 도구, 야채 톱낫이라고
적혀있는데 아주 편리하고 좋다. 좋은 선물이다.
머위를 싣고 마을 몇 집을 돌고 왔다. 별 것 아닌
머위대 쬐끔 나눴는데 다들 그냥 먹을 수 없다며
이것저것을 챙겨주었다. 냉동실에서 얼린 갈치,
무우, 캔맥주, 꽃모종, 머리파라며 심어보라고...
이런 걸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했던가?
살면 살수록 새록새록 정감이 더해지는 산골의
이런 소박함이 산골살이의 정이요, 맛이겠지?
해질녘에 물주기를 하려고 호스를 꺼내 설치했다.
지난해까지 쓰던 50m 짜리 2개가 아니 다른 것,
언젠가 사놓고 잊고있던 짧은 것으로 설치했다.
큰밭에는 굳이 물주기를 하지않아도 되기에 짧은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계치라서 조립을 못해
지나가던 이서방이 도와주었다. 값싼 중국산이라
설명서가 없으니 이 기계치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이서방은 부품을 보고 금방 조립을 했다.
조립한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
했다. 그래도 낮은 IQ는 아닌데 이놈의 기계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걸 보면 참으로 우습다.
좀 더 길게 연결하면 좋겠지만 작은밭 두 군데만
물주기를 하면 되는 것이라서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난 다음 물주기를
했다. 그리고 머리파와 꽃 모종까지 심고났더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보람으로 채운
오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