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예초기의 위력, 촌부의 집념을 보여주마!
2025년 6월 6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열하룻날
이제 계절은 초여름이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산골은 아침저녁으론 서늘함이 감돌고
한낮은 잠시라도 햇볕에 서있기가 어려울 만큼
덥다. 이젠 그야말로 초여름 날씨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능한 바깥일은 이른 아침에 시작하여
오전에 마쳤다가 햇살이 누그러지는 해질녘에
잠시 또 하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 기온 영상 10도, 한낮 기온 영상 27도...
오늘은 제70회 현충일이다. 이른 아침에 가장
먼저 태극기를 게양했다. 여느 기념일과는 달리
추모를 하는 날이라서 조기로 게양을 해야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하신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날이 현충일이다.
우리집은 보훈가족이다. 작고하신 장인어른과
아버님이 국가유공자이시다. 두 분 모두 6.25
참전을 하셨는데 장인어른은 학도병으로 참전
부상을 당하셔서 평생 보훈유공자로 사셨다.
아버님은 두 해 전 6.25 참전 유공자로 선정돼
국가유공자가 되셨다. 생전에는 누리지 못하신
혜택이라 마음이 좀 그렇다. 늦었지만 두 분과
배우자이신 장모님과 어머님을 이천호국원에
모시려고 위패봉안 신청을 해놓았다.
선선한 아침, 앞뜨락에는 노랑꽃창포 한 송이가
피어 인사하는 듯했다. 참 예뻤다. 지난해 우리
집 앞뜨락에 와서 올해 처음 꽃을 피우는 것이다.
산책삼아 단지를 돌아봤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하늣 습관이고 버릇이다. 며칠전부터 눈에 자꾸
거슬리는 것은 온사방에 잡초라고 불리는 무성한
풀이었다. 때마침 현충일 연휴라서 곧바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잡초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놈들아!
예초기의 위력, 촌부의 집념을 보여주마!"라고...
햇살이 퍼지기전에 시작한 예초기 작업은 거의
3시간이나 소요되어 오전 11시에 끝을 냈다.
망초를 비롯한 온갖 풀들이 얼마나 무성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풀이 성하면 예초기를 휘두르며
작업을 해야한다. 따라서 작업이 훨씬 더 힘드는
것이다. 선선한 아침나절이지만 온몸을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렇지만 마음은 너무 가벼웠다.
얼마나 깔끔하고 개운하고 시원하고 좋은지...
힘은 들었지만 후련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낀다.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예초기를
짊어져야 할런지는 모른다. 아마 가을까지 서너
번은 더 짊어지게 되겠지 싶다. 아내가 예전에
이따금씩 명동에 가서 명동칼국수를 먹었던 그
기억을 되살려 끓였다는데 정말 그 맛 그대로를
재현한 것 같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힘들게
일한 보답이라고 하여 함께 웃으며 먹었다.
아침부터 예초기 작업을 하느라 힘이 들었는지
점심식사를 마치고나서 식곤증이 몰려와 낮잠을
한숨 잤다. 너무 곤하게 자는 것 같아 안스러워
깨울 수가 없었다며 아내가 괜찮냐며 걱정했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잤던 것이다. 두어 시간을...
늦은 오후에 박스와 낫을 들고 머위밭으로 갔다.
잘 자란 머위를 한 박스 가득 베어와서 두 묶음을
나눴다. 우리 먹을 것을 조금 남겨두고 두 집으로
나눔을 하러갔다. 고마운 마을 아우들의 집이다.
얼마전에 욕실 리모델링 공사를 했었던 이장이
머위를 보고 맛좋은 채소라고 했던 기억이 났고
또 멘토 아우가 욕실 창문 외벽 보수를 도와주러
왔을때 머위잎쌈이 맛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나눠주러 간 것이다.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특히 멘토 아우네 제수氏는 우리집에
머위가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너무 좋아하면서
조금 더 얻을 수 있냐고 하여 올라와서 얼마든지
베어가라 했더니 내일 곧장 올라오겠다고 했다.
연휴라고 시누이가 왔는데 그렇잖아도 머위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없더라며 잘 됐다고...
아우와 제수氏에게 우스갯소리로 "늘 이것저것
받아 얻어 먹기만 하는데 우리도 줄 수 있는 것이
다 있네!"라고 했더니 "참 좋은 걸 얻어 먹을 수
있어 우리도 좋은걸요."라고 하여 셋이 웃었다.
나눔은 이래서 보람이 되고 좋은 것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어 흐뭇하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