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 말을 잘 들어야 해!
2025년 6월 5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초열흘날
일교차가 엄청 심한 산골의 오늘이었다.
아침 기온 영상 5도, 한낮 기온 영상 25도,
두 계절의 공존은 산골의 특이한 기후조건이다.
그래서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살기좋으면 그만인 것이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분명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오늘이다. 사연인즉슨, 현관입구에
화초랍시고 심어놓은 야생초가 무성하여 보는
것도 그렇고 너무 우거져 뱀이나 벌레들이 많이
모여들어 겁이 난다면서 제발 좀 비우자고 했다.
또한 집에 붙어서 자라는 화초나 나무가 자라면
습하여 건물 노화도 빨라진다고 멘토 맥가이버
아우도 옮기든지 없애든지 하라고 충고를 했다.
아내의 말은 '비움의 미학'이라서 욕심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고 채우려는 욕심을 버리자! 그렇게 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당장 실행을 했다.
아침나절 온갖 도구를 다 동원했다. 우선 커다란
돌단풍을 캐냈다. 도라지삽으로 찍어 들어올려
미리 정해놓은 옮길 자리를 파놓은 곳에 옮겼다.
그 다음은 덩굴식물 으아리를 위하여 지지대와
유인줄을 설치해놓은 구조물을 해체했다. 설치
하는 것보다 해체라는 것이 더 시간소요가 많다.
이미 덩굴이 많이 뻗어가고 다른 야생초들도 꽤
크게 자랐으나 어쩔 수 없이 올해는 꽂 보는 건
포기해야만 한다. 좋은 곳으로 옮겨 오늘과 같은
고초를 겪지않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야생초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차근차근 파내면서 야생초를 종류별로 구분하여
캐놓았다. 파낸 자리는 평탄작업을 하여 납작한
돌을 주워다가 깔아놓았다. 정리한 자리가 너무
밋밋했다. 그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 딱 한 종류
큰꽃으아리를 남겨놓고 싶었다. 덩굴성이라서
지지대를 세웠다. 텅 비어있는 것보다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았고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아내도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아주 작은 공간에 꽉 찬
야생초와 구조물을 없앤 것뿐인데 느낌은 아주
깔끔하고 시원하고 개운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왜 진작 아내 말을 듣지않고 고집을 부렸을까?
생각컨데 비움의 미학을 모르고 채우려는 욕심,
쓸데없는 ㄸㅗㅇ고집을 부린 것이었지 싶다.
어찌되었거나 아내 말을 듣고 그대로 해놓으니
참 좋다. 아내에게 칭찬을 들어 이또한 기쁘다.
수고했다며 점심에 스파게티를 해주어 맛있게
먹었다. 촌부는 오늘부터 나흘간 쉬는데 아내는
출근했다. 퇴근길 봉평에 잠시 들리자고 했다.
식육점에서 대패삼겹살을 사오더니 집에 가면
쌈채소를 종류별로 먹을 만큼 뜯어오라고 했다.
아내가 저녁준비를 하는 동안 밭에 나가서 상추,
레드치커리, 쑥갓을 조금씩 뜯었다. 첫 수확이다.
치아가 시원찮은 우리들이라 그냥 삼겹살 보다
얇은 대패삼겹살이 더 좋다. 쌈채소와 명이나물
장아찌에 고기 싸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소맥까지 곁들여 맛있게 잘 먹었다. 평소와 달리
오늘따라 아내도 꽤 많이 아주 잘 먹어 참 좋았다.
사는 거 뭐 별 것 있어? 소소함에서 느끼는 삶이
큰 행복이고 참 행복이겠지 싶다.
아, 참? 비운 것이 하나 더 있구나!
기왕 내친김에 처마끝 물받이를 해체하여 잔뜩
쌓여있던 썩은 낙엽을 다 비웠다. 비가 내리면
물받이가 막혀 물이 넘쳐흘러 꽤 불편했다. 허나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서야 정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제대로 비우지 못하는
촌부의 마음이 문제인 것인데... 노력해보자!
이래저래 빈둥거리다가 오늘 또 지각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