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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5월을 보내며... 


2025년 5월 31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초닷샛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눈을 비비며 온도를 살폈다. 

영상 4.3도였다.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중얼... 

"뭐야? 5월이 가는 마당에 한 자릿수라니?" 

부랴부랴 작업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우리집 온도계 수은주는 영상 5도에 멈춰있었다. 

이 정도면 서리가 내린 것 아닌가 싶어 지붕위를 

살폈더니 그런 흔적은 없는 듯했고 밭으로 나가 

몇 그루 안되는 고추를 챙겼는데 다행히 괜찮다. 

다른 농작물들도 이슬을 머금어 싱싱한 모습이라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온도는 급상승했고 한낮엔 무려 영상 24도까지 

치솟아 근래 드물게 일교차가 상당히 심한 오늘, 

모처럼 아침나절부터 밖에서 일하느라 땀을 꽤 

흘릴 정도였다. 5월이 끝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특이한 날씨의 변화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고장 산골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오늘 촌부는 뭘 했을까? 

아침나절부터 점심무렵까지 잡초뽑기를 했다. 

큰밭가 명이나물밭 무성한 망초를 비롯한 온갖 

잡초를 캐내고 뽑아내느라 허리가 뻐끈할 정도, 

그뿐인가? 기왕 내친김에 곤달비밭까지 잡초들 

소탕작전을 펼쳤다. 그래봐야 이겼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인데... 그래도 끈질기게 잡초들과 힘을 

겨루고 있으니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고 그 누구도 모르는 그런 일인 것이다. 

하지만 촌부의 삶에서 잡초는 이 촌부를 게으를 

틈을 주지않고 일깨워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은 

분명한 것이다. 미워하면서도 고마운 존재라고 

하면 정말 엉뚱한 촌부라고들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뽑고 캐고 열심히 일하고나니 

남는 것은 뿌듯함이요, 흐뭇함이다. 캐내고 뽑힌  

잡초의 생명을 빼앗은 잔인함은 온데간데 없이... 


오늘 따라 저녁을 일찍 먹었다. 처제가 닭고기로 

맛있는 요리를 했다며 함께 먹자고 하였다기에 

아내와 함께 가서 맛있게 먹었다. 지금껏 먹어본 

그런 닭볶음탕은 아니었다. 시래기와 닭고기의 

조화로움이 참 잘 어울리는 그런 맛이라고 할까? 

반주까지 곁들여 아주 맛있게 배불리 잘 먹었다. 

그랬는데 마을 맥가이버 아우가 전화를 주었다. 

"형! 저녁 아직이지? 족발을 삶았는데 다 같이 

먹을까 해서... 형수님과 함께 모두 내려오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식사를 했지만 모처럼 

함께 하자는 아우의 배려에 거절할 수가 없어서 

내려가겠다고 했다. 아내와 처제는 족발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이서방과 둘이 내려가 실컷 먹고 

왔다. 저녁을 먹었음에도 잘 삶아진 족발이 정말 

부드럽고 너무 맛이 좋아 또다시 배불리 먹었다. 

아우들과 웃고 떠들며 좋은 음식에 술을 곁들여 

좋은 시간을 가졌다. 아우들은 읍내 노래방으로 

뒷풀이를 하러 가고 우린 그냥 집으로 올라왔다. 

노래도 못할 뿐더러 이미 2차에 걸쳐 술을 마셔 

더 이상은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양해를 구했다. 

어찌되었거나 맛있는 음식이든 아니든간에 서로 

함께하려는 그러한 마음들이 있기에 살맛 나는 

산골살이가 아니겠는가 싶다. 또 일기가 늦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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