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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PicsArt_1374359728570.jpg : 촌부의 단상-메뚜기들의 소행...PicsArt_1374359467905.jpg : 촌부의 단상-메뚜기들의 소행...메뚜기들의 소행...

이틀동안 햇볕이 있어 좋았는데 다시 장마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왔다. 간밤에 또 후드득 거리며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잠시 주춤하지만 언제 다시 쏟아 놓을지 모르게 잔뜩 찌푸린 하늘의 모습이다. 장마가 너무 길어 지루하고 그러다보니 촌부의 일도 지척이고 진전없이 더디다. 그저 마음만 바쁘고...
비가 자주 내려서 오이는 하늘높은줄 모르고 줄기를 뻗어 올라가며 노란꽃을 피운다. 그리고 대롱대롱 오이가 열린다. 그냥 따서 먹어도 아삭아삭하고 좋다. 요즘같은 장마철에 좋은 찬거리이다. 뒤늦게 모종을 심은 오이는 나무 그늘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날씨가 좀 좋아야 옥수수가 달릴텐데 꽃은 피었지만 옥수수는 아직 이른가 보다. 오늘 아침에 보니 드디어 한 녀석이 수염을 내보이며 선을 보였다. 긴 장맛비와 바람에 비스듬히 쓰러졌는데 더 이상 부러진까봐 바로 세울 수가 없다. 그냥 그대로 두어도 옥수수는 스스로 뿌리를 뻗어 선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겠다. 그저 산골아낙이 좋아하는 옥수수가 많이 달리기를 바랄뿐이다.

올해는 유난히 자그마한 메뚜기의 소행이 심하다. 온갖 화초며 야생초 심지어는 농작물까지 잎을 먹어 치우고 줄기에 꽃까지 뜯어 먹는다. 그러다보니 온통 잎은 구멍이 숭숭 뚫여있다. 오늘 그 피해의 주인공은 흰여로이다. 봄에 난처럼 잎이 자라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면 거의 1m가 넘는 가느다란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다. 큰 키에 비해 자그마한 꽃은 예쁜데 왜 꽃말을 ‘주저’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앞뜨락에 몇그루가 번식되었는데 꽃대는 겨우 하나가 올라왔다. 그마저도 올해는 힘겹게 꽃을 본다. 꽃대가 나오고 꽃몽오리를 맺을 무렵 메뚜기란 녀석들의 극성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꽃대의 윗부분은 이미 먹어 치웠는지 꺾여 나가 버렸고 겨우 가지 하나가 남았는데 그마저 먹어 치우려고 메뚜기 한마리가 붙어있다. 이 녀석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 자연현상인데 살생을 해서 뭐하겠나 싶어 그냥 두었다. 촌부도 자연에 살며 자연을 사랑하자고 하는 마음이라서... 그런데 얼마전 마을형님이 올라와 밭에 메뚜기가 많은 걸 보시고는 농약을 쳐야지 이게 뭐냐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하지만 13년이 란 시간동안 지금껏 지켜온 생각을 접을 수는 없다.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먹고 함께 살자고... 앞으로도 촌부의 밭이나 정원에는 농약 냄새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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