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기사~! 효붕이 대기시켜~!!!
2025년 5월 25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여드렛날
비가 그친 다음날의 아침은 참으로 싱그러웠다.
앞산, 뒷산, 옆산, 먼산에는 안개까지 자욱하여
몽환적이라고 할까? 아침 기온은 영상 6.5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늘함에다 입김까지 났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수원에 다녀오느라 한낮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수원은 산골과는 사뭇 다른
날씨였다. 거의 산골의 초여름 날씨와 비슷했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은 더위를 느낄 정도였다.
해질녘 산골집에 왔더니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간만에 산골의 노을이 참 멋지고 좋구나 싶었다.
이제는 완전 산골 사람이 되어 도시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분명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이기사~! 효붕이 대기시켜~!!!"
"네~ 마님! 분부 거행하겠나이다~!!!"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산골집을 떠나 수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내의 고향 수원에서 동창회가
있어 함께 다녀왔다. 우리의 사정을 모르는 이는
무슨 아내의 동창회에 함께 가느냐고 할 것이다.
기억컨데 함께 다닌 것이 30년이 넘었지 싶다.
같은 연배라서 지금은 서로 말을 놓고 지낼만큼
거리낌없이 지내는 그런 아내 친구이자 촌부의
친구가 되었다. 운전면허가 있긴 하지만 운전을
하지않는 아내를 데리고 동창회에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합류하게 된 것이다. 아내의 친구들이
고맙게도 받아준 것이라고 하는 말이 더 알맞는
표현이지 싶다.
오늘도 그랬다. 14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우정을
과시하는 것이 참 보기좋았다. 지나온 오랜 세월
늘 그랬듯이 말이다. 어릴적 추억부터 살아오는,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고 자식들 이야기와 손주들
이야기까지 다양한 화제들로 화기애애한 그러한
분위기라서 정말로 좋았다. 70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은 늘 동심의 세계 연장선상인
듯하여 재밌고 즐겁고 신나는 그런 모임이라서
흐뭇하고 뿌듯함이 가득한 모습들이 엿보인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라 늘 감사하고
함께 할 수 있게 배려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그러고보니 이 촌부는 복이 정말로 많은 것인지
너무나 과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세 개씩이나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졸업을 한 서울의 초등학교는
동창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있긴 하겠지만
1년반 다녔으며 촌놈이라고 엄청 괄시와 멸시를
받으며 다녔기에 친한 친구조차 없는 실정이라
동창회가 결성되었지 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고향 남해에서 4년반, 5학년 1학기까지
다녔던 학교 동창회는 결성과 동시에 불러줬고
지금껏 함께하고 있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뿐만아니라 오늘 다녀온 아내의 동창회도 정식
회원이 아닌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을 한다. 몇몇
친구들은 "용식인 청강생이지만 회원이나 다름
없어! 상숙이는 안와도 용식이는 꼭 와야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래서 이렇게 초등학교 동창회를 세 개씩이나
가진 아주 특이한 경우의 촌부이다. 아마 이런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 같다. 거의 없을 것
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