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인가? 여름인가?
2025년 5월 21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나흗날
오늘은 소만(小滿)이다. 24절기 중 여덟 번째,
여름절기 두 번째,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뜻하는 것이다. 산골의 기후는 절기와는
잘 맞지않았다. 그렇지만 올해의 소만은 절기에
꽤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불과 엊그제만 해도 아침에는 서리가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은 영상16도에 서리 대신 촉촉하게
이슬이 내렸고, 한낮에는 햇살이 너무 좋아 영상
26도까지 올라가고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날 정도였다. 밤 10시경에도 기온은 영상 18도,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꽤나 후덥지근하다. 오늘
같은 날을 봄이라고 해야할까? 아님 여름이라고
해야할까? 산골의 봄은 왔는가 했더니 벌써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의 심술 때문에 꽤 뒤늦게
오더니 이젠 성급한 여름에 등떠밀려 가려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산골은 봄이다. 큰밭엔
옥수수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발아가 안된 것은
모종을 사다가 땜빵을 해야할 것 같다. 큰밭가의
여백에 지난 15일 씨앗을 뿌려놓은 열무는 그새
움이 트고 있다. 옥수수와는 달리 상당히 빠르다.
들깨 모종 심을 자리를 제외하고 밭을 모두 채워
이젠 하늘의 보살핌과 땅의 기운에 따라 자라는
것만 기다리게 된다. 농부는 여러가지 부대적인
것을 해야한다. 지지대외 유인줄 설치같은 일을
순차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 겨우 모종을
심었기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여유로운 마음으로 할 생각이다.
이번 달의 식물원 출근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금요일은 교육이라 평창소방서로 가야하고 원래
다음 주 월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규정 60시간을
채우지만 집수리공사로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번씩 나가도 식물원의 변화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열흘 후에 나가면 꽤 많이 변해있을
것이다. 지금 식물원은 봄꽃이 한창인데 열흘을
쉬고 나가면 못보고 지나는 꽃도 있을 듯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왔지만 날씨가 더워 쉬었다가
해질녘에 야생화 모종을 심고 앞마당 귀퉁이의
으아리와 더덕이 그새 꽤나 많이 자라 세워놓은
지지대를 넘어가 유인줄을 묶어주었다. 집에서
한 일은 이것뿐이다.
오늘 저녁 식사는 산더덕구이가 메인 메뉴였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운동삼아 식물원 인근의
산에 올라갔다가 산더덕을 발견하여 큼지막한
더덕 두 뿌리를 캤다. 한 뿌리는 동료 아우에게
주고 큰 것은 집에 가져와 아내가 산더덕구이를
한 것이다. 요즘 캐는 더덕은 뿌리는 물론 잎이
붙은 덩굴, 줄기까지도 먹어도 된다. 듣자하니
이 시기는 영양분이 덩굴에도 많다고 하여 전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잎과 줄기는 초장에 찍어
먹었다. 뿌리는 못해도 십수년은 묵은 듯하다.
하얀 진액으로 나오는 샤포닌이 손질을 하는데
흘러나와 끈적거렸다고 했다. 정말 맛이 좋았다.
향긋함이 입안에 어찌나 오래 남았는지 모른다.
재배더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고 향이라고
할까? 산더덕 한 뿌리가 한 접시가 되어 우리의
저녁밥상을 돋보이게 했다. 이런 호사는 아마도
아무나 맛볼 수 없음이고 산골살이에서나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싶다.
P.S 오늘은 일기가 늦었다. 저녁식사후 산책을
하는데 멘토인 마을 아우가 카페에 커피를
마실 겸 올라왔다고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들어와 일기가 늦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