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해가 모자라는 듯...날씨의 변화는 참으로 오묘함이다. 그렇게 돌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촌부를 걱정스럽게 하더니 또다시 잠잠하다. 오늘부터 또 비소식이 이어지는데 장마철 촌부의 근심도 함께 하려나보다. 어제는 하루해가 모자랄 정도로 일을 하였다. 날씨가 무척 좋았지만 더웠고 비온뒤라 습한 지열까지 올라오니 더 힘들었다. 하지만 촌부가 누구인가? 조금 느리게 살자고 게으름을 피우기는 하지만 했다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돌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는 빨리 마무리를 지으려고 서둘렀다. 이른 아침 수수 세우기를 겸한 잡초뽑기를 시작으로 집에서 조금 먼 큰처남댁 밭에다 심은 쥐눈이콩도 강한 바람에 뿌리가 드러나 흙을 덮어주며 김을 매느라 바빴다. 형수님이 해주시는 점심을 먹느라 잠시 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집으로 돌아와 옥수수대를 일으켜 세우느라 여기저기 긁히고 할퀴고 따가운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쉴 수가 없었다. 마른 나무가지를 잘라다 오이덩쿨이 타고 올라가도록 끈을 묶어주는 지지대를 높이고 다시 끈을 더 묶어 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오이라서 자라 덩쿨이 뻗어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저녁무렵 산골아낙과 함께 세번째 고추끈을 묶어 주었다. 바람불기전에 묶어 주었으면 꺾어지는 것을 방지했을텐데 설마가 낳은 결과이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된 셈이다. 해가 넘어가고 땅거미가 질무렵까지 모두 마쳤다. 하루가 그냥 금새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응급조치하듯 전날의 비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일단 대충 마무리가 된 셈이다.
바쁘게 지내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지만 우리가 살면서 으뜸이라고 하는 것은 먹는 것이 아닐까? 아침에는 온갖 쌈으로 배를 채웠고, 큰처남댁에는 형수님이 부침개와 시원한 맥주를 주셔서 땀을 식혔으며 일하다고 목을 축이라고 내오는 오디를 비롯한 효소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다보면 작지만 이런것이 산골사는 맛이구나 싶다. 오후에 잠시 쉬는 동안 산골아낙이 지난해 오미자 효소를 거르고 남은 데에 술을 부어 놓았는데 깜빡 잊고 있었노며 병을 들고 나왔다. 냄새를 맡아보니 잘 익었다. 걸러서 병에 담으니 겨우 한병 조금 넘는다. 맛이나 보자하고 한잔 따라 마셨더니 술맛이 좋다. 산골아낙은 “대낮부터 맥주에 오미자술에 잘 한다.”라고 하여 “ㅎㅎ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산골사는 맛을 느끼지!” 라고 대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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