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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느닷없는 서리와 문명의 이기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이튿날 


이른 아침 5시 45분,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고 놀랐다. 

그야말로 아연실색(啞然失色)하고 말았다. 

거무티티한 아스팔트슁글 지붕이 하얀색으로 

변해버린 모습이라 눈을 의심했지만 실제였다. 


지붕의 하얀 서리를 보는 순간 한숨을 쉬었다. 

이내 촌부 입에서 탄식어린 한마디가 나왔다. 

"아뿔싸! 하루만 늦게 심을걸!"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나가 온도계를 봤더니 

영상 2.5도였다. 전날 장기예보와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그간 경험에 의하면 영상 5도 이상이 

되면 서리가 내리지 않는 것이 거의 일반적이고 

예보에 영상 7도 될 것이라고 하여 밭에 모종을 

심은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엎어진 물이라서 

심은 모종들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된서리는 

아닌 것 같았고 햇살이 퍼지기도 전에 다 녹았다. 

한낮에 다시 살폈더니 별다른 탈은 없는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냉해를 입었다면 잎이 

데쳐놓은 듯하겠지만 아주 싱싱한 모습이었다. 

큰농사, 많은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구나 싶다. 


이른 아침 7시 일을 나가는데 아내가 늘 하는 말, 

"스마트폰, 자동차키, 물병 챙겨가슈!"라고 했다. 

"걱정 마시게! 댕겨울께!"라고 하면서 룰루랄라  

출근을 했다.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놓은 다음, 

버릇처럼 늘 탑승하면 스마트폰을 두는 자리를 

봤더니 스마트폰이 없었다. 이미 자동차 시동을 

끈 상태라서 시간을 살피려고 늘 오른쪽 손목에 

차고있던 밴드를 보려는데 없다. "어라? 아뿔싸!" 

라고 동시에 중얼거렸다. 스마트폰 전원이 빨리 

소진되어 식사전에 충전을 시켜놓고 깜빡 잊고 

그냥 집을 나섰다는 것을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밴드도 먹통이 되어 충전을 

하느라 꽂아놓은 것인데 둘 다 잊고 출근을 했던 

것이다. 동료의 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렇게 챙겨가라고 말을 했는데 그냥 간거야? 

아무래도 당신 치매검사 받아봐야하는 거 아냐?"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상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 또한 밴드가 없어 

몇 시쯤인지 알 수가 없는 8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료들이 있어 작업하는 시간, 식사시간은 알게 

되었지만... 뭔가 모르게 많이 허전하고 자꾸만 

습관적으로 호주머니에 손이 수시로 가곤했다. 

그래봐야 헛탕인데 말이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 오늘 이런 것으로 봐서 분명 스마트폰은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닌가 싶다. 그런 반면에  

스마트폰은 우리의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것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계에게 포로로 

붙잡힌 신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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