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놀고 즐기느라 하루가 짧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날
아침 기온 영상 13도, 이슬비가 잠시 내렸다.
그리곤 이내 파란 하늘이 나왔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춰지는 전형적인 봄날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하는 습관, 단지를 둘러보았다.
지난 5월 3일 씨앗을 파종한 옥수수 새싹이
나오고 있었다. 살펴보니 어떤 녀석은 멀칭을
한 비닐에 가려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600여개 구멍을 일일이 살피며 넓혀주었다.
오늘 어쭙잖은 농부가 한 유일한 일이라 할까?
언젠가부터 아내가 강릉에 있는 솔향수목원에
한번 가봤으면 했던 기억이 나서 다녀오자했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이젠 가능한
여행은 미리 계획을 하지말고 생각나면 그 즉시
이것저것 재며 주저할 필요없이 그냥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지금껏 계획을 세워 제대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아내에게 강릉에
다녀오자고 했고 오늘 곧바로 다녀온 것이다.
주변이 숲으로 둘러쌓인 산골에 살면서 또다른
숲을 구경하고 온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산골을
자연스런 숲이라고 한다면 수목원은 자연적인
것에 사람 손길이 닿아 인위적인 것이 가미된
그런 숲에 온갖 식물을 배치하여 자라게 하는
그런 곳이지만 계절별로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우리집에 있는 야생화와 나무들도
있지만 희귀한 식물도 꽤 많았다. 인상적인 것은
식물 구경하며 산책도 할 수가 있고 제법 가파른
비탈진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하며 땀을
흘리며 걸을 수 있는 것도 꽤 괜찮은 것이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수목원 구경을 하고 시내로
나왔다. 점심때라서 강릉 초당두부촌으로 가서
순두부전골을 시켜 맛있게 먹긴 했지만 생각한
만큼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촌부만 그런 줄
알았더니만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단다. 오히려
아내가 이따금씩 끓여주는 순두부찌개가 훨씬
더 정갈하고 더 깔끔하고 더 맛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내가 먼저 그랬다. "내가 끓이는
순두부찌개보다 못한 것 같아..." 맞장꾸를 쳤다.
"당신 순두부찌개가 훨씬 더 맛있다니까!"
기왕 도시에 나온 김에 대형마트에서 쇼핑까지
하고 가자고 하여 1시간 가량 이것저것 생필품
쇼핑을 했다. 어버이날에 아들 녀석이 선물한
백화점 상품권이 있어 장을 많이 보는가 했더니
꾸두뱅이 할마시는 그러지를 않았다. 꼭 필요한
것만 골라 담은 다음에 그냥 계산대로 향했다.
혹시나 하고 은근 기대했는데 깨몽이었다. 절대
낭비가 없는 사람에게 뭘 바라겠는가?ㅎ~
강릉에 왔으니 주문진수산시장을 들리지 않고
간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촌부, 단골로
다니는 주혁이네에서 도다리 두 마리를 골랐다.
그랬더니 가자미와 전어를 덤으로 주어 꽤 양이
많은 생선회를 떠가지고 와서 둘째네와 꽤 그럴
듯한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 식사에서 특별함은
그동안 치과 치료를 하느라 지난 1월 9일 이후
술을 금했었는데 드디어 한잔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동창회때 한잔한 것을 제외하곤
지금껏 술을 한번도 마시지않았다. 어제 치료를
갔더니 마지막 남은 임플란트는 두 달이 지난 후
마무리 될거라며 그동안의 금주령은 해제라고
했다. 대신 많이 마시지는 말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생선회 안주삼아 한잔했더니 운전과 잠시
식물원에서 산길을 올라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깨 지금 늦은 밤에 일기를 쓴다.
아~참! 강릉에서 오는 길에 봉평장에 들린 것을
빠뜨렸네. 일반적인 장보기가 아니고 밭에 심을
모종을 구입한 것이라 일기에 기록을 해야한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종류와 갯수를 좀
줄였다. 자급자족은 물론 나눔도 좋지만 그래도
남아 퇴비장으로 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 적당히
심기로 한 것이다. 올해는 장골목에서 사지않고
종묘상에서 샀는데 그 집 아들인 듯한 젊은이가
한참 바라보더니 "농사를 많이 지으시나 봐요?"
라고 했다. 모처럼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갔더니
농사꾼으로 안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텃밭농사를 짓는데 자급자족은 10%,
나눔이 90%라오!"라고 했더니 믿기지 않는듯
놀라며 웃었다. 분명한 사실인데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고 어찌되었거나 올해 농사도 잘
지어 우리도 먹고 지인들과 나눠도 먹을 만큼의
좋은 수확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