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오는 날의 외식과 야식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열아흐렛날
오래전 마을 어르신들께서 "봄날 뻐꾸기가 울면
밭에 모종 내다 심어도 되는 거라니!"라고 했다.
그땐 무슨 말인가 의아했었다. 알고보니 봄날에
뻐꾸기가 울면 내리던 찬서리가 그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 시기가 바로 5월 중순이다.
오늘 아침, 산새들 지저귐에 잠을 깼고 바깥으로
나갔더니 기온은 영상 14도, 먹구름이 가득하고
흐린 하늘에서 이슬비가 부슬거렸다. 산새들의
합창에서 두드러지게 들린 소리는 바로 뻐꾸기
소리였다. 울음인지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지저귐에 옛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확실히,
분명 더 이상 서리가 내림은 없는 것일까? 글쎄?
그렇지만 예년의 경험에 의하면 이제 모종 심을
채비를 해도 될 것 같아 내일쯤 모종을 살까 싶다.
이슬비와 함께 팥배나무 꽃잎은 꽃비로 내렸다.
현관 앞길은 마치 눈내린 듯한 하얀 꽃길이다.
요즘 우리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꽃길을
걷는다. 아마 우리처럼 매일 꽃길을 걷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집앞은 하얀 꽃길이요,
단지는 온갖 봄꽃이 피어 동요에 나오는 말처럼
꽃대궐이다. 늦게 온 봄날이지만 그래도 좋다.
집에서도 꽃과 함께하는 일상이고 식물원에서도
꽃과 함께하는 일을 한다. 늘그막의 호사랄까?
꽃이 좋고 봄이 좋다! 봄이 좋고 꽃이 좋다!
아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집쪽 방향이 아닌
평창읍내로 달렸다. 아내더러 느닷없이 내리는
비도 그렇고 흔히들 말하는 불금인데 외식하러
가자고 했더니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 것은 아주
좋다고 했다. 오랜만에 고기와 냉면, 왕만두를
먹자고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라서 권해본
것인데 아주 좋아라 했다. 지난 가을에 가본 후
꽤 오랜만에 평창읍에서 맛집으로 소문 자자한
음식점, 우리 입맛 우리 취향에 딱 맞는 집이다.
비내리는 날에 드라이브 삼아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먹었고 돌아오는 길은 우리가 이따금씩
드라이브를 다니는 한적한 산속 금당계곡길을
달려 집으로 왔다. 아내가 무척 좋아하고 너무
흐뭇해 하여 참 잘했구나 싶다.
일찌감치 외식으로 저녁식사를 하여 아무래도
야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아내가 말했을 그때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부엌에서 뭔가를
하는 눈치였다. 한참후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찹쌀밥 지어 찰밥을 자그한 양념절구에
넣고 쿵쿵 찧고 있었다. "뭐하노?" 라고 했더니
"보면 모리나? 야식으로 인절미를 만든다니!"
라고 했다. "그거 내가 좀 찧어볼께!"라고 했다.
촌부는 작은 절구공이로 떡을 찧고 아내는 물을
묻히고... 그런 다음에 길게 늘어뜨려 콩고물을
묻혀 썰었더니 아주 훌륭하고 맛있는 인절미가
만들어졌다. 그 옛날의 떡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여 만든 인절미로 둘이 맛있게 먹었다.
언제라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인절미를 손수 만들어 먹는 집이 얼마나 될까?
마치 할머니, 어머니 시대로 거꾸로 거슬러 가는
듯하고 아련한 옛 추억을 소환하는 것 같아 참
좋았다. 아내의 정성이 더해져 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