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비 내리던 날, 잘 놀고 잘 먹고...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열여드렛날
아침나절 잠시 비가 내리다가 이내 그쳤다.
그러나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졌다.
기온은 아침 영상 14도, 한낮 영상 17도였고
저녁무렵에도 15도였다. 여느날과 달리 거의
일교차가 없는 하루였다. 이제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올봄에는 이상하게
날씨변화가 오락가락을 하는지라 믿을 수 없다.
이른 아침 이슬비가 내리는 듯 마는 듯하였지만
산책삼아 단지를 한바퀴 돌았다. 좀 스산하기도
했지만 공기는 정말 맑았다. 철쭉, 산철쭉 꽃이
너무 예쁜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 가장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봄날 모습이 아닌가 싶다.
터벅터벅 걷다가 오늘이 스승의 날임을 알았다.
그 시각은 아침 6시 24분, 매일 아침마다 오는
고교 은사님이신 이경복 선생님께서 보내주시는
카톡 소리에 열어보고서샤 아차 싶었다. 52년이
지난 지금껏 늘 격려를 주시는 선생님의 은혜에
제자로서 제대로 보답을 못한 것이 죄송스럽다.
카톡으로 간단히 감사와 스승의 날 축하 인사를
드렸다. 52년전 선생님과 함께 활동할 당시의
'우리말 지켜쓰기회' 홍보전단 사진을 첨부하여
그 옛날의 추억을 소환해 보았다. 촌부와 소통을
하는 은사님은 없고 유일하게 선생님 한 분이다.
찾아뵈고 인사를 드려야함이 마땅한 도리이지만
멀리 산다는 핑계로 죄송스럽지만 마음만 보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꽃비가 하얗게 내렸다.
산골집 주변은 온통 하얀 꽃잎이 널려 땅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팥배나무 꽃잎이 흩날려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이다. 아내에게 "당신 꽃길
걷게 해줄까? 영화에나 나오고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쉽잖은 정경을 보여줄께! 빨리 나와보게나!"
라고 하여 아내가 나오더니 흩날리고 쌓여있는
꽃잎을 보고는 소녀 마냥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을 보는 촌부도 소년이 되어 함께 웃었다.
이 나이에 이러고 사는 산골부부, 자연 덕분이다.
어제 아내가 얻어온 열무씨를 큰밭가에 파종했다.
대파를 심고 남은 밭고랑이다. 그냥 밭을 놀리는
것은 농부로서 있을 수가 없는 것이며 땅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렇게 심어 길러서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 산골살이의 재미이며 보람인 것이다.
집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수수가루와 찹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있었다. 동그랗게 경단을 빚은 다음
삶아내고 빵가루와 설탕계피가루에 굴려 고물을
묻혀놓았더니 맛있고 멋지고 떡이 만들어졌다.
무슨 떡이냐 하면, 오늘 이서방 생일이라 처형인
아내가 생일 선물로 손수 만든 것이다. 장모님이
안계시니 아내가 엄마 역할까지 했다고나 할까?
이서방과 처제가 너무 고맙다며 감탄을 했단다.
점심은 아내가 비가 내려 우중충한 날에 걸맞는
어묵우동을 끓여주었다. 다른 음식도 잘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만든 육수로 끓인 어묵우동은
맛이 일품이다. 남에게 맛보여줄 수 없을 만큼,
촌부만이 누리는 기막히는 맛이라고 할까나?
저녁식사는 이서방 생일 축하하며 둘째네에서
처제가 한 상 떡부러지게 차려 함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