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게으른 촌부의 짓거리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열닷새 보름날
분명 꽃피는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한기(寒氣)가 느껴지고 한낮은 햇살이 따갑다.
하지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저녁이 되면
기온은 급속도로 곤두박질을 하여 스산해진다.
이곳 산골의 기후조건은 여느 고장과는 너무나
다르다. 어제오늘 겪는 것도 아니지만 사계절
중에 지금 이 시기가 가장 계절의 변화가 아주
특이한 산골이다. 얼마전 남도로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은 이미 고추대를 세우고 묶어주는 걸
목격하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 고장
평창의 봉평 설다목은 아직까지도 밭에 모종을
내다 심을 수 없는데 말이다. 요며칠은 아침에
서리가 내리진 않았으나 5월 중순까지는 안심
할 수 없으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올해
농사도 5월 20일쯤이나 되어야 모종이 밭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늘 산골의 기온은 아침
영상 9도, 한낮 영상 21도, 저녁은 영상 8도를
기록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제도 언급을 했듯이 산골은
봄꽃들의 잔치, 봄꽃들의 향연이 한창 벌어진다.
우리 단지에는 분꽃나무꽃, 조팝나무꽃, 산철쭉,
철쭉, 팥배나무꽃이 저마다 예쁜꽃으로 뽐낸다.
그 중에서 특히 커다란 나무에 하얗게 꽃을 피운
팥배나무꽃은 기막힌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하얀 꽃잎들이 꽃비가 되어 흩날린다. 땅바닥은
떨어진 꽃잎으로 하얗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김소월 시인의 詩, '진달래꽃' 싯귀가 떠오른다.
그 詩를 이렇게 한건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다.
'평창의 설다목 팥배나무꽃
바람에 흩날려 길바닥에 가득이오니
가시는 걸음 쌓인 하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라고...
뿐만아니라 꽃이 피기 시작하여 씨방이 맺히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생김새가 오묘한 금낭화도 피고 있으며,
나무에 피는 꽃 중 이름이 앙증맞은 병아리꽃은
新, 舊의 공존을 보는 듯하여 야생화를 관찰하는
재미와 묘미를 더한다. 새로 핀 꽃과 지난 가을
맺힌 열매가 함께하니 말이다.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은 아니지만 월, 수, 금요일
촌부의 하루는 정말 분주하다. 이른 아침 7시에
식물원 출근, 오후 2시 퇴근이다. 30분 거리를
달려 집으로 오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특히
오늘은 산나물 곰취 모종 심을 밭정리 하다말고
아내의 퇴근시간이 임박하여 부랴부랴 학교로
가서 아내를 픽업했다. 봉평장날이라며 장보러
가자는 분부에 봉평으로 달렸다. 30여분 장을
보고 집으로 오자마자 블루베리밭으로 나갔다.
어제 저녁무렵 시작한 부직포 씌우기를 마무리
하려고 나간 것이다. 식사시간도 잊은채 아내의
성화에도 혼자서 열심히 부직포를 깔았다. 결국
그리 넓지않은 블루베리밭이지만 모두 다 씌워
나무주변을 제외하고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직포를 깔아 잡초가 자랄 수 없게 차단해놨다.
잡초와의 싸움에 지친 게으른 촌부의 어쩔 수가
없는 짓거리이며 잔꾀이다. 마을 아우들은 그냥
제초제 확 쳐버리면 아주 간단한 것을 허구헌날
쪼그리고 앉아 개고생 하느냐고 성화를 하지만
25년 세월을 지켜오고 있는 소신인 것인지라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나이는 속일 수가 없음이라 제초제를 사용하기
싫어서 이렇게 어쭙잖은 아이디어를 내고 말았다.
큰밭에 고추농사를 지을때 사용을 했던 부직포가
생각나서 그냥 놔둬야 어디 쓸데없는 것이라서
재활용을 하면 쪼그리고 앉아서 잡초를 뽑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깔아보았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하고 미련맞게 개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고 덜 힘든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촌부의
농사를 발전이라고 할까, 아님 궁여지책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블루베리는 잡초에게 양분
빼앗길 염려가 없어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촌부는 잡초와 힘든 싸움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을 많이 벌게 되었으니 흔히들 이럴때 하는
말,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