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부처님 오신 날에...
2025년 5월 5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초여드렛날
오늘은 여러가지 날들이 겹친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이라 법정 공휴일이고
절기상으로는 여름 시작이라는 입하(立夏)이다.
일단 우리 집안에는 어린이가 없으니 어린이날은
넘어가고 어쭙잖은 불자이긴 하지만 마음속으로
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부처님이 행하신
그 길을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는 우리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라고 하신 그 말씀,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이다.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한 오늘,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加被)로
온세상이 맑고 밝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다.
절기상 입하(立夏)인 오늘 산골의 아침은 절기가
무색하게 영하 1도의 기온에 살얼음이 얼었으며,
서리가 내려앉아 아스팔트 슁글의 지붕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이 산골의
날씨변화에는 옴짝달싹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후의 고장은 거의 없겠지?
이른 아침 또 난롯불을 지펴야만 했으니 산골의
날씨변화를 모르는 이들은 이해불가라 할 것이다.
꽃피는 5월 초순, 영하의 기온, 얼음과 찬서리는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 엇박자의 산골 아침이다.
이렇게 짓궂은 하늘의 뜻인지라 이런 기후조건에
농사는 준비만 할 뿐 제대로 된, 본격적인 일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한 열흘 후인 중순쯤 되어야 서리가 그치게 되어
모종을 밭에 내다 심느라 제대로 바빠질 것이다.
오늘은 늦가을 걷어놓았던 밭입구 양쪽 그물망을
설치해 놓았다. 머잖아 농작물 모종을 심으려면
야생동물들의 습격을 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무슨 일을 할까 망설이다가 작은밭가에서 제
멋대로 자라는 각시둥굴레를 한군데로 모아보면
어떨까 싶어 호미를 들었다. 알고보면 아주 좋은,
너무 예쁜 꽃이 피는 야생초인데 밭가에 자라나
밟고 지나다니게 된다. 얼마전 마을 아우가 와서
트렉터로 밭갈이를 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밟혀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서 캘 수가
있는 것은 캐서 작은밭 사잇길가 꽃밭에 옮겼다.
이제 더 이상 밟힐 염려없이 제자리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안심이 되고 마음도 가볍다.
기왕 밭에 나온 김에 수영장 뒷쪽의 작은밭가에
심어놓은 더덕을 위해서 잡초를 캐내기로 했다.
몇 해 전 산에서 캐온 더덕들 중에 작은 것들을
여기에 한 줄로 심어놓았더니 상당히 굵어진 것
같은데 망초를 비롯한 잡초들이 자리하여 방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망초는 아주 대단했다. 그새
엄청 자라 캐봤더니 잔뿌리가 얼마나 뻗쳤는지
흙이 한가득 붙어나와 캐낸 자리는 구멍이 움푹
파인 듯했다. 제법 긴 한 줄이지만 더덕은 물론
둥굴레, 잔대를 비롯한 몇 종류의 야생초는 남겨
두고 잡초들만 캐고 뽑았더니 그래도 듬성듬성
야생초가 자리하여 너저분해 보이지만 훤해졌다.
밭주변에 잡초가 무성하면 농부로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니라서 뽑고 캔다. 혹자들은 제초제를 확
쳐버리면 간단한 걸 왜 그 고생을 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제초제를 사용하지않는 촌부라서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엉덩이 의자를 차고 앉아 잡초뽑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허리,
무릎 보호를 위해서는 그나마 이 작업 방석이 꽤
유용한 농사도구의 하나이다.
연휴라고 도시인들은 여행을 다니거나 가족들과
맛있는 외식을 하곤 하겠지만 우리는 농사준비도
하고 꽃밭을 가꾸기도 하며 연휴를 보내고 있다.
점심에는 뜨끈한 칼국수, 저녁은 아내가 정성껏
만든 봄나물로 가득한 산골밥상으로 식사를 하고
야식으로 웨지감자를 오븐에 구워 진한 커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고향 남해 말로 "이 정도면
오감타 아인가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