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쉬는 날이 더 바쁘군!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스무이렛날
서리가 내리지 않았지만 대신 이슬이 내려 꽤나
촉촉한 아침이라 좋았다. 영상 5도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공기였다.
한낮에는 기온이 쑤욱 올라가 영상 19도였다.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얼굴이 따끈거릴 정도에
하늘은 쾌청하여 마음까지 푸르게 물드는 느낌,
그렇지만 해가 저무는 저녁무렵에는 서늘했다.
어찌되었거나 분명 봄은 봄이라서 좋다.
앵두꽃이 피기 시작한다. 해마다 꽃은 피었지만
앵두가 열렸다가 익기도 전에 떨어지곤 했는데
올봄에는 앵두맛을 볼 수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몇 종류의 제비꽃이 피고 있다. 꽤 흔한 꽃이기는
하지만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다.
꽃다지도 군락으로 피었다. 꽃이 어찌나 작은지
그냥 마구 밟고 다니곤 하는 야생초이며 심지어
잡초라고 하여 농부님들은 좋아하지않는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참 예쁘다.
아침나절에 시작하여 두어 시간만에 명이나물
수확을 마무리했다. 봄날에 수확의 기쁨을 주는
고마운 산나물이다. 꽤 오래전 2015년 2년생
모종100포기를 사다 심어 번식을 시켜 지금의
명이나물밭을 세 군데로 늘렸고 제천 김교수댁,
영주 막내네를 비롯 몇 집에 꽤나 많이 분양까지
했다. 사실 명이나물을 꽤나 많이 기르고 수확을
하지만 우리가 먹는 건 얼마 안된다. 아마 전체
수확량의 10%나 먹을까? 우린 기르는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나눔을 하는 것으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수확한 것
또한 아내가 장아찌 담글 만큼만 남겨두고 모두
나눔을 했다. 그러고보니 올해 명이나물 나눔은
다섯 집이나 했네.
지난번 수확때도 언급했지만 명이나물의 수확은
여간 번거러운 것이 아니다. 2~3장 잎파리 중에
필히 하나를 남기고 뜯어야 할뿐만 아니라 또한
꽃대가 나온 것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뜯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일이 꽤나 더디다. 그래도 오랜
경험으로 노하우가 쌓여 하나도 손상없이 잘한다.
뜯어놓고 뒤돌아보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뜯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든다. 욕심이겠지만 내년을
위해 미련을 버려야만 한다. 수확을 하는 것 외는
손이 가는 농사는 아니지만 마무리를 하고나니
후련하다. 나눔도 많이 했으니 보람도 있고...
오후에는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바구니를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고 난
후라서 그런지 잔대순이 쑥쑥 올라오고 있었다.
요즘 야생에서 잔대순을 꺾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다. 이곳에 왔던 초기에 산에서 잔대를 몇 뿌리
발견하여 캐다가 작은밭 모퉁이에 심어놓았다.
그랬더니 해가 갈수록 씨앗이 떨어지고 날아가
사방에 잔대가 자라고 있다. 완전 자연번식이다.
고향 남해에서는 '딱주'라고 하였고 여름날 산에
소에게 꼴을 먹이러 올라가 소가 꼴을 먹는 사이
딱주를 캐서 먹곤 했었다. 그 딱주를 잊고있다가
25년전 이곳에 오면서 다시금 보고 맛을 볼 수가
있었다. 몸에 좋은 사포닌을 많이 함유한 참 좋은
자연 식재료, 뿌리도 그렇고 잎파리도 좋단다.
그래서 아내가 정말 좋아하는 잔대순을 꺾었다.
잔대순은 그냥 데쳐 나물로 먹어도 좋지만 또한
살짝 데쳐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먹으면
아주 좋다. 오늘 꺾은 잔대순은 바구니로 한가득,
그만큼 우리 단지에 잔대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꺾은 수많은 잔대순 만큼 잔대뿌리
또한 그만큼 땅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잔대뿌리도 캐서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먹기도 한다.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육질이 많이
부드럽고 쓴맛이 없어 그냥 먹어도 좋은 것이다.
낮에는 촌부가 명이나물, 잔대순을 뜯느라 많이
바빴는데 저녁에는 아내가 명이나물로 장아찌를
담그느라 간장을 달이고 명이나물 잎파리를 씻고
손질하느라 바쁘고 잔대순도 손질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너무 바빠 잔대순은 내일 아침에
데쳐 채반에 담아 햇볕에 말려야겠단다. 우리는
봄날의 수확으로 바쁜 오늘이다. 그래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