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 시작인데 수확의 계절?
2025년 4월 20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스무사흗날
24절기 중 여섯 번째이며, 6개의 봄절기 마지막
농사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 무렵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가 오늘이다.
그래서 적지만 어제 하늘에서 비를 내려준 걸까?
미리 예보를 보고 한 일이지만 비가 내리기 직전
밭에 거름을 뿌려놓은 것은 참으로 잘한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침에 영상 10도,
한낮에는 영상 23도에 간간이 구름은 있었지만
맑디맑은 공기와 더불어 푸른 하늘이 너무 좋아
한없이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서리는 없었다.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고 그냥 이대로 즐길 수가
있는 봄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늘의
뜻은 알 수 없는 것,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다.
25년 경험에 의하면 이곳 산골은 5월 중순까지
서리가 내려 이때 이후라야 밭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씨앗, 모종으로 기르는 농사와
달리 자연스레 기르는 산나물 농사는 봄시작과
함께 지금 이 시기는 수확의 계절이다. 표고버섯,
명이나물, 삐뚝바리가 그 주인공들이라 재밌다.
우리집에는 두 군데의 버섯舍가 있다. 몇 해 전
버섯목을 세워놓은 카페옆 단풍나무밑에 하나가
있어 벌써 몇 해 동안 수확한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까지 조금씩 따게 될 것이다. 또다른 버섯舍는
목공실 아래 시냇가 주변에 버섯목을 세워놓았다.
지난 봄날에 버섯목을 만들어 가을에 세워두어
올봄에는 아직 버섯이 돋아나지 않는다. 가을쯤
나오려나 보다. 하지만 지금 수확하는 버섯舍의
표고버섯만으로도 두 집의 자급자족은 충분하다.
그 다음 봄날에 수확하는 나물은 명이나물이다.
산마늘을 울릉도에서 봄날의 배고픔은 나물로
명(命)을 이었다고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부른다.
오늘 세 군데의 명이나물밭 중에 두 군데 밭에서
뜯었다. 이 나물은 수확을 할 때 2~3개의 잎파리
중에 한 잎은 남기고 뜯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인 면에서는 많이 효율성과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겁이 많아 실험을
해보지 않았지만 잎을 다 뜯어 버리면 죽는다고
하여 한두 잎만 뜯는다. 밭에서 조심조심 뜯는데
그냥 맨손으로 해도 되긴 하지만 가위를 쓰기도
한다. 촌부는 나름 다년간의 노하우가 있어 그냥
맨손으로 뜯는다. 오늘은 오후에 두 군데 밭에서
두 박스를 뜯었다. 다 뜯었지만 돌아보면 수확을
하지않은 듯하여 자꾸 미련이 남기도 하지만 이
나물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음이다. 우리는 이미
조금씩 뜯어다 먹었고 한동안 먹을 것이며 큰밭
가에 있는 밭에서 수확한 것은 장아찌 담그려고
한다. 오늘 수확한 두 박스는 나눔을 하려고 뜯은
것이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막내 아우에게
보내고 나머지 한 박스는 몇몇 지인들과 나눔을
하려고 한다. 이 생각은 모두 아내의 의견이다.
우리는 수확까지는 촌부, 나머지 분배나 나눔은
아내의 몫으로 분업 시스템이라고 할까?
내일은 삐뚝바리(눈개승마)도 수확을 할까 싶다.
새순을 먹는 나물이라서 오래되면 쇠어져 나물로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제철, 봄에 나는
나물은 먹는 시기와 때가 있는 것이다. 삐뚝바리
이 나물은 데쳐서 숙회로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담그거나 말려서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고기맛이 난다는 것이다. 많이 심어 기르는
것이 아니라서 이 나물은 나눔을 못하고 우리가
자급자족을 할 만큼이다. 해마다 포기가 늘어나
풍성해지기는 하다. 더 풍성하게 자라 더 많은
수확을 하면 당연 나눔도 하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날씨가 얼마나 좋고 더위를
느낄만큼이라 봄이 오늘 하루에 다 온 듯하다고
했더니 아내는 봄이 오늘 하루사이에 반이상이
가버린 듯하다고 하여 함께 웃었다. 명이나물을
수확하는 사이에 아내는 밭가에서 냉이를 캐고
유자청을 시원한 음료수로 만들어 밭으로 갖고
나와 아주 시원하게 마시고 유자 건데기까지 다
건져 먹었다. 고향 남해産 유자로 만든 음료수를
봉평 산골에서 맛볼 수 있음도 기분좋은 것이다.
봄 시작인데 수확의 계절임을 듬뿍 느낀 오늘은
흐뭇하고 뿌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