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사 시작, 야생화 관찰
2025년 4월 19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스무이튿날
일기예보가 다소 빗나간 듯한 모양이다. 오전에
시작한다고 했다가 오후로 바뀌더니 저녁무렵에
잠시 내리다 말았다. 자연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 듯하다.
기상예측이야 기상청에서, 기상학자들의 몫이고
우리네 서민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는 수 밖에...
오늘은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영상 13도였기에
서리는 내리지 않았다. 한낮에는 영상 20도였다.
이른 아침 일기예보를 검색했더니 9시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여 부랴부랴 작업복은 갈아입고
밭에 나갔다. 엊그제 준비해놓은 거름을 세군데
밭에 뿌렸다. 올해는 마을 형님의 추천과 배려로
조금 비싸지만 효능이 좋은 거름을 뿌린 것이다.
아직은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확정을 짓지는
않았으나 해마다 늘 그랬듯이 채소 위주로 심고
지난해와 같이 큰밭엔 또 고추농사 대신 옥수수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다. 나이는 들어가고 힘든
농사 보다는 다소 손쉬운 작물을 택해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문 농부님들이 보면
소꼽장난에 불과하다고 하겠지만 세 군데 밭뙈기
농사도 이젠 많이 버겁다. 세 가지 거름 뿌리는데
두 시간씩이나 걸렸으니... 어찌되었거나 올해로
25년째 산골살이며, 스물네 번째 농사 시작이다.
이 농사는 기왕 밭이 있으니까 짓는 것이고 또한
나눔을 위한, 나눔을 통한 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그런 농사인 것이다. 물론 자급자족을 하고...
여느 고장에 비해 상당히 늦게 온 산골의 봄날은
단거리 육상선수가 젖먹던 힘까지 다 동원하여
숨을 헐떡거리며 넵다 내달리는 그런 느낌이다.
여느 고장의 봄을 따라 잡으려고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모른다. 자고나면 하루가 달라진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 것일까? 산골의 봄은 뒤늦게
오지만 빠르게 지나고 그만큼 훨씬 짧은 것이다.
이제 산골엔 진달래, 개나리가가 피기 시작했다.
나무에는 물이 올라 연두색으로 올록볼록 잎이
돋아나고 있다. 새생명이 너무나 보기가 좋다.
촌부가 25년전 산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갖게 된
취미가 야생화 관찰과 가꾸기이다. 며칠전에도
언급을 했지만 일반적인 화초의 관찰과는 달리
마음으로 보고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면서
감상을 해야한다. 마치 고개숙여 인사를 하듯이...
일년만인 새봄에, 새롭게 새 세상에, 새 생명으로
다가오는 야생초, 야생화를 만나는 것은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이 되려나?
밭에 거름을 뿌리는 일을 마치고나서 딱히 할 일
없어 단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뭔가 할 일을 만들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투구꽃이 곳곳에
꽤 자란 모습이 보였다. 뿐만이 아니고 할미꽃도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뚝뚝 떨어져 자라고 있었다.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 '모두 모아 한군데로 옮겨
군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하면
더 보기가 좋을 것 같아 호미와 모종삽을 챙겼다.
우선 투구꽃을 찾아 조심스레 흙이 붙은 그대로
캤다. 꽤 많았다. 데크앞 빈 장독을 엎어놓은 옆쪽
빈터에 하트형으로 돌을 빙둘러놓은 곳에 옮겨와
심었다. 할미꽃은 모두 모아 마당 한쪽에 심었다.
그동안 흩어져 자랐으나 한곳에 모아놓으니 마치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느낌이라서 잘했구나 싶다.
몇 해 전부터 앞뜨락에 야생화를 종류별로 모아
자그마한 군락을 만들고 있다. 해가 지나면 서로
뒤섞여 자라게 되는 것이 야생초, 야생화이지만
꾸준히 종류별로 구분하고 모아 길러보려고 한다.
이러다가 다시 마당을 풀밭으로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몰라? 또다시 그런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모종삽을 들고 설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