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모처럼 종종거리며 바빴던 하루
2025년 4월 2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초닷샛날
이른 아침 영하 4도,
오늘도 여전히 서리는 지붕을 하얗게 덮었다.
그뿐인가? 땅바닥은 서릿발 서걱서걱 거리고
고인물은 바짝 얼었다. 산골은 아직 겨울이다.
저녁무렵 겨울 때를 씻어내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참 간만에 맞아보는
비라서 그냥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비는 맞아도 마냥 기쁜 촌부이다. 그러나
옷이 축축한 모습으로 집안에 들어오니 아내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다. "옷이 젖는 건 아무
상관없지만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며 어쩌려고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느냐?"라고 하더니 "이제
당신 나이도 적잖은데 제발 몸도 좀 생각하며
일을 하라구요!"라고 하여 아무런 말도 못했다.
오늘은 원래 출근하는 날인데 시니어클럽에서
교육이 있다고 하여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내와 처제를 태우고 인근 장평으로
향했다. 교육장엔 300여명 가까운 시니어들이
모였다. 마을주변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미화를
하는 분들을 제외한 '노인역량활용사업'분야에
종사하는 시니어들이 모인 것이었다. 이 나이에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선택된 노인(?)이
아닐까 싶다. 시니어클럽 일을 다니기는 하지만
노인이란 수식어는 아직 촌부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게 세 시간
소양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고 봉평장으로
가서 장구경 삼아 장을 보고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청춘보리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왔다. 비벼서 먹는 보리밥과 닭곰탕은
각 6,000원으로 가성비가 아주 좋을 뿐더러 맛
또한 여느 음식점에 뒤지지 않고 아주 맛있다.
집에 오자마자 작업복을 갈아입고 나무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 하순 곤달비밭에 널부러져
있는 낙엽송 한 그루 베어놓은 것을 장작크기로
토막 내놓고 지금껏 그냥 놔두었다. 이제 봄이
시작되면 밭에는 곤달비, 달래가 올라올 것이라
치워야만 했다. 손수레로 우선 통나무를 날랐다.
워낙 통이 크고 무거운 통나무라서 3개를 싣고
나르는 데도 낑낑거리며 날라야만 했다. 몇 번을
왔다리 갔다리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잔가지는
가벼워 훨씬 수월했다. 곤달비밭에서 장작집에
이르는 거리는 꽤 멀다. 아마 그렇게 두어 시간
나르고 한 시간 가까이 쌓는 작업을 했다. 거의
끝날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던 일이고
기다리던 봄을 재촉하는 봄비라서 비를 맞으며
마무리를 했다. 이제 산기슭에 토막내 잘라놓은
나무를 옮기면 되는데 아마 하루로는 모자라지
싶다. 이 작업만 하면 더 이상 나무작업을 하지
않은 생각이다. 희한하게 나무작업, 장작작업은
힘들긴 하지만 재밌고 흐뭇하고 뿌듯한 느낌이
든다. 나뭇꾼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