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농사 시작은 좋았는데...
봄이 시작된지 얼마되지않은 산골인데 어느새 날씨는 여름으로 치닫는 듯하다. 한낮의 햇볕은 한여름처럼 따갑고 오래 있을 수 없어 나뭇그늘을 찾는다. 계절은 알다가도 모를 자연의 위치이고 순환의 원리인가보다.
어제는 일년에 두번(봄-고추를 비롯한 쌈채소, 늦여름-겨울 김장배추와 무우)의 농사일을 하는 촌부네 식구들은 그 첫번째인 봄채소 농사를 시작하였다. 농부님들이 보면 우스운 일이라 생각할 정도의 텃밭수준이지만 아마추어인 산골가족에겐 작은 일은 아니다. 그나마 이 일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밭을 갈고 로타리를 치는 일은 마을아우가 그제 저녁무렵 트렉터로 해주어 우리의 수고를 덜어 주었다. 환경적인 문제와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피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잡초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고 보습과 보온효과를 위해 검은 비닐로 멀칭을 하였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구멍을 뚫어 농작물의 모종을 옮겨심는 일을 하였다.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부터 세자매와 촌부가 밭일을 시작하였는데 장모님께서는 시원한 물과 음료수, 간식을 연신 나르셨다. 이내 햇볕이 들어 모두 땀범벅이 되었지만 우리의 작은 수고가 무공해, 무농약으로 잘 자란 먹거리 채소가 되어 많은 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큰 보람을 기대하며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하였다. 밭에 심은 채소를 살펴보면 가지수가 꽤 많다.
고추 5종류, 피망, 오이 2종류, 호박 3종류, 토마토 2종류, 가지 2종류, 들깨 2종류, 옥수수, 아주까리, 상추 2종류, 레드치커리, 양배추, 브로콜리...
그런데 새벽 3시경 막내동서가 전화를 해서 잠을 깨웠다. 힘들어 골아 떨어졌는데 무슨일인가 하고 눈을 비비며 나갔더니 119구급차를 불렀단다. 어제 뙤약볕에서 일을 해서 무리했는지 막내처제가 밤새 복통에 구토로 잠을 못이루고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이내 구급차가 도착하여 싣고 가까운 도시인 원주로 갔다. 그 시각부터 촌부와 산골아낙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뜬 눈으로 아침을 맞으며 연락을 기다렸다. 급성장염인 듯하다는데 검사중이라고 동서가 전화가 했는데 며칠 입원을 해야 될 것 같단다. 검사결과가 좋아 아무일 없기를 바라는 온식구들의 바람이다. 산골생활이 좋기는 하지만 이럴때는 의료시설이 멀어 참으로 난감하고 불편이 따르기에 좋은 것만은 아님을 절실히 실감한다. 오늘 일기는 초조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쓰는 촌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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