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참말로 고마운 친구 부부 덕분에...
2025년 3월 25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스무엿샛날
거실에 앉아 데크창을 통해 보이는 옆산 모습은
아직까지 덜 녹은 눈이 보인다. 마당으로 나갔다.
지난 11월 27일 폭설의 첫눈 이후 겨우내 쌓여
있던 눈이 드디어 오늘 전부 녹았다. 넉달만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 것인지
하늘은 뿌옇고 잔뜩 찌푸린 모습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람은 여름날 태풍이 부는 것보다도 더
강하고 거세게 분다. 낙엽을 휩쓸어 날려버리고
군데군데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나뒹구는 모습도
보인다. 참으로 요란하게 오는 산골의 봄이다.
그나저나 아랫녘 산불은 오늘도 불길이 잡히지
않은 모양이다. 산골에 사는 우리들이라서 많이
걱정스럽다. 하필이면 산불이 나서 모두가 힘든
이때 바람까지 불어제끼는지 원~ 어서빨리 불길
잡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오늘은 일을 나가지 않고 쉬는 날이라 느긋하게
하루를 지냈다. 이른 아침 기온 영상 2도, 한낮
영상 17도였다. 아침나절에 아내가 운동을 하는
사이 앞뜨락, 모터울 주변 공터, 밭사잇길가에
꽃씨를 뿌렸다. 그동안 눈이 녹지않아 기다렸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 식물원에서 조금씩 받아온
야생화 꽃씨이다. 깽깽이풀, 꽃창포, 꽃양귀비,
나팔꽃 등... 발아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성껏 뿌리고 흙을 덮어주었다. 아마도 올해는
꽃을 못보겠지만 잘 자라만 주었으면 좋겠다.
아침나절 택배사의 택배배송 카톡문자가 왔다.
멀리 남녘의 고향 남해에서 죽마고우가 보물초
남해 시금치 한 박스 보내왔다. 엊그제 친구가
시금치가 끝물인데 아직도 먹기에는 이상없을
것이라며 보내겠다는 전화를 했었다. 시금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내가 너무나 좋아했었다.
박스를 뜯자마자 아내와 둘이서 탄성을 질렀다.
아직까지 이렇게 싱싱하고 좋은 시금치가 밭에
있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파릇파릇 큼지막하다.
아내는 이 산골에서 어디 이런 시금치를 볼 수
있겠냐며 싱글벙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서
빨리 친구에게 전화하라면서 부인 전화번호도
알아보라고 했다. 시금치를 보니 이 많은 것을
제수氏께서 일일이 다듬고 손질하여 보내주신
것 같다면서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며 통화를 하고나서
제수氏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아내에게 전해
주었더니 둘이서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멀리 산골에 사는 친구를 생각하는 친구의 마음,
그냥 보내주셔도 되는데 일일이 다듬고 손질을
하느라 고생하셨을 제수氏의 정성에 우리부부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너머 감탄을 하게 된다. 정말
친구의 진한 우정에 뭐라 할말이 없을 만큼이다.
이렇게 정이 많은 친구를 가진 촌부는 복이 많은
사람이겠지 싶다. 아내 말을 옮기면, "정말이지
남해 사람들은 정이 많고 마음이 참말로 따뜻한
것 같네. 그러니까 남해 촌놈, 섬놈 당신을 내가
지금껏 데리고 잘 살제 그쟈?"라고 하여 웃었다.
친구 부부 덕분에 오늘은 시금치 부자가 되었다.
아내는 이렇게 싱싱하고 좋은 시금치를 우리만
먹으면 되겠냐며 둘째네 나눠주고, 학교에 가는
길에 바우골 형수님께도 조금 드리고, 학교에서
늘 고맙게 잘해주시는 함께 일하는 선생님께도
드리고,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또 한 분인데 늘
우리를 언니와 형부라면서 잘 챙기는 이웃 마을
한결 엄마에게도 조금 나눠드렸다. 친구 부부의
나눔에 대한 감사함에 이어서 우리도 나눔을 한
것이다. 저멀리 남해에서 촌부의 고향 친구가
보내온 것이라며 자랑까지 했단다. 친구 부부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우리도 먹고 나눔까지
하게 해주었으니...
저녁밥상은 보물초 남해 시금치로 향긋, 달콤,
구수한 시금치국을 끓여서 맛있게 잘 먹었다.
참, 점심엔 얼마전 이 친구가 보내준 홍가리비와
찌면서 나온 육수를 얼려놓은 것으로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이래저래 친구 부부 덕분에 오늘
산골밥상은 너무 푸짐하게 차려서 잘 먹었으며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누렸다.
친구야!
제수氏!
참말로, 너무나, 억수로 고맙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