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봄날의 음주소동...오늘은 24절기중 여덟번째인 소만이다. 햇볕이 풍부해 만물이 점차 성장하여 가득찬다는 의미로 모내기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여기 산골에는 논농사보다 주로 밭농사를 위주로 하는 고장이라 모내기는 몇집에서만 한다. 느지막하게 온 봄인데 그래도 빠른 속도로 계절이 진행되어 어느새 녹음이 짙어가고 있다. 산새들의 지저귐도 많아지고 나무들은 연녹의 잎을 선보이고 있고 꽃들도 피어 제각기 봄을 장식하느라 바쁘다. 촌부도 덩달아 바빠서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몸은 바쁜 마음을 못쫓아간다.
어제는 비가 내린 뒤라서 꽃들을 옮겨심기가 좋을 것 같아 장모님댁 입구 양옆에 비비추를 옮겨 심었다. 워낙 뿌리번식이 왕성한 녀석들이라 몇군데 심어 놓았더니 여기저기 돋아난다. 손질하느라 정리하며 뽑은 녀석들을 옮겨 심었더니 보기가 좋다. 장모님께서 오늘 수원 아들네에서 돌아오시면 달라진 모습을 보고 좋아하실 듯하다.
어제 저녁무렵 이웃에 사시는 반장님께서 주문한 고추모종을 갖고 가라시는 전화가 와서 다녀왔다. 주문한 것은 고추모종인데 호박이며 꽃모종까지 챙겨 주셔서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사단이 나고 말았다. 반장님댁은 이웃이어도 걸어가기에는 멀고 모종을 갖고 와야 해서 차를 가지고 갔는데 도착하니 어느새 사모님께서 술상을 차려 놓으시며 반기셨다. 차를 가져와서 안된다고 했는데도 못처럼 왔으니 한잔만 하고 가야한다시며 권하셔서 조금 마시고 말았다. 반장님댁에서 나와 우리집입구까지 큰 도로는 50m정도의 주행거리지만 절대 음주운전을 안하는 촌부라서 막내를 부를까 하다가 반장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는 바람에 그냥 차를 몰고 집에 왔더니 산골아낙이 화가 단단히 났다. 이제 가져오거나 갖다 드릴것이 있으면 반장님댁은 막내를 보내고 촌부는 절대 차를 가지고는 가지 말란다. 술을 마실거면 걸어서 가고 오늘부터 저녁때 반주도 금지라고 한다. 된통 혼줄이 난 촌부는 오늘부터 근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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