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너무나 다른 세 곳의 기후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스무이튿날
점점 동이 일찍 트는 요즘,
질기디 질긴 산골의 겨울이 가는 것도 느림보,
여느 고장에 비해 뒤늦게 오는 산골의 봄 또한
거북이걸음이다. 남다른 특별함이 없는 촌부가
사는 곳은 우리나라 보편적인 기후조건과 달리
아주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곳이라는 것이다.
오늘 하루에 이런 기후를 실제 실감한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할 즈음 면온 설다목 산골집은
영상 2도였다. 30분을 달려 도착한 오대산 자락
식물원은 영하 2도였다. 엊그제 엄청 많이 내린
폭설은 아직 덜 녹았다. 산골의 우리집은 그늘진
응달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녹았다. 햇살이 좋은
오늘도 숲속 식물원은 설원이 그대로 남아있다.
3월의 하순에 이러한 설원에서 일을 하고 있음은
남다른 경우라고 할까? 아님 남들이 경험 못하는
특별함이라고 할까? 그렇긴 하지만 나름 즐겁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는 설원에 만들어 놓은 오솔길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연말 이후 오랜만에 시니어클럽 식물원팀과
국립공원팀 열명이 함께 모여 점심회식을 가졌다.
장소는 강릉TG 인근 맛집으로 꽤나 소문 자자한
한우집이다. 식물원에서 출발, 대관령을 넘어가는
30여분 거리이다. 그런데 기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우리가 입은 두툼한 외투가 부담스러웠다.
식물원을 출발할때 영상 7도였는데 강릉은 무려
영상 21도, 봄날의 한가운데 들어선 느낌이었다.
불과 30분도 안되는 거리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겉옷을
벗어야만 했다. 우리가 간 음식점은 한우를 파는
집이기는 하지만 한우갈비탕 또한 이름난 집이다.
우리 시니어들은 이 집의 갈비탕 맛이 좋고 양도
많아 이따금씩 이곳에서 점심회식을 하는 것이다.
나이든 시니어 회식은 당연 술이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다. 멤버들 서너 명이
술을 마시긴 하지만 이번엔 전혀 마시지 않았다.
뜨끈뜨끈한 갈비탕으로 배를 채우고 음식점에서
주는 커피를 들고 앞마당에 나와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또다시 두 대의 자동차에
나눠 타고 진부까지 돌아와서 각자의 차를 타고
헤어졌다. 강릉은 더위를 느낄 만큼의 봄날인데
대관령 너머 오대산 자락의 진부는 늦겨울이다.
식물원이 있는 진부에서 출발해 국도로 30여분
달려온 면온 설다목의 우리집은 영상 11도였다.
근래들어 이 정도 낮기온은 드물었다. 산골에도
이제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참 반가운 날씨...
하루에 늦겨울, 뒤늦게 오는 봄, 한참 무르익은
봄을 차례차례 느꼈던 오늘이었다. 너무나 다른
세 곳의 기후를 경험한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