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엔진톱 작업하기 좋은 날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스무하룻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 춘분(春分)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골은 아직까지도 겨울티를 벗지못하고 있다.
이른 아침 기온은 영하 5도였고 서리가 하얗게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낮에는 햇살이 좋고
기온은 영상으로 쑤욱 올라가 봄날이구나 한다.
그러다보니 겨울이 가는 듯 마는 듯, 봄이 온 듯
만 듯... 이런 걸 두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 했던가? 어찌되었거나 봄은 오고 있겠지?
이른 점심을 먹은 후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 혼자 중얼거렸다. "아내가 집은 비운 동안,
세 시간을 무얼하며 어떻게 지내야 할까?" 순간
떠오른 생각, '이제 산몬당에 눈이 다 녹았을까?'
하며 올라가 보았다. 여기엔 자잘한 나무가지가
몇 무더기 쌓여있는데 얼마전 겨우 한 무더기를
엔진톱으로 장작크기 만큼 토막을 낸 이후 눈이
자주 많이 내리는 바람에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어제, 오늘 햇볕이 나와 날씨가 좋았고 꽤 많이
녹아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모처럼 일다운 일을 할 생각에 작업복 갈아입고
물병에 물을 듬뿍 담고 엔진톱을 챙겨 산몬당에
갔다. 햇볕 잘 드는 곳은 눈이 녹았지만 그늘진
곳은 아직도 덜 녹았다. 다섯 무더기 중에 눈이
녹은 쪽의 무더기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간만에
하는 작업이라 재밌다. 예전 엔진톱을 처음으로
들었던 초보시절엔 기다란 나무 하나씩을 놓고
토막을 냈지만 이젠 숙달되어 쌓아놓은 그 상태
그대로 자른다. 어지러이 아무렇게 놓여있어도
상관없다. 장작이라 크기가 일정할 필요가 없어
대충 눈대중으로 가늠해 마구 잘라 토막을 낸다.
난로 깊이에 맞게 나름 장작의 길기를 조절하여
잘라 토막을 내면 되는 것이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영하의 날씨, 눈 때문에
일을 못했고 일을 한다고 해도 땀이 나진 않았다.
오늘은 햇볕이 좋았고 기온이 올라가 그랬는지
잠시잠깐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온몸이 후끈 달궈지는 듯했다.
두 무더기를 해치우고 가장 많은 무더기를 반쯤
잘랐을 즈음 시간을 보니 그새 아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작업을 멈췄다. 두어 시간 작업으로
이 정도면 만족이다. 이제 두 무더기가 남았지만
내일은 일을 나가야 하니 못하고 오는 주말쯤에
마무리가 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손수레에 싣고
장작집으로 나르는 작업을 해야한다. 지금 당장
땔 장작은 아니라서 서두르지는 않는다. 할 일이
없는 요즘이라 미리미리 해놓는 것 뿐이다.
집으로 오면서 아내가 "오후에 뭐하고 지냈어?"
라고 물었다. 모처럼 일다운 일을 했는지라 아주
당당하게 "산몬당에서 엔진톱 작업을 했소이다."
라고 대답했다. 아내가 갸우뚱거리면서 하는 말,
"산몬당이 뭐야? 45년을 함께 살지만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당신 고향 남해말이 참 많은 갑네!"
라고 하여 "산몬당은 산마루를 일컫는 말일세.
고향 떠나온지 58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나도
모르게 고향 사투리가 불쑥 튀어나온다니까!"
라고 했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났고
서울에서 33년, 이곳에서 25년을 살고있지만
고향말, 남해말, 사투리는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고향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