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세상에나, 이럴 수가...???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스무날
닷새만의 출근길,
이른 아침 7시 기온은 영하 10도였다.
전날 종일 눈이 내린후 수은주가 곤두박질,
효붕이 앞창에 덮어놓은 덮개를 걷어내고
부지런히 달렸다. 이른 아침이라서 국도에는
자동차가 없다. 속사터널을 지나자 진부에는
밤새 눈이 꽤나 많이 내린 듯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제설작업을 해놓은 것 같았다.
도로 양옆에 밀쳐놓은 눈더미가 장난 아니다.
우리집과 30분 거리인데 전혀 딴세상이었다
그런가보다 하며 오대산 월정사에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진고개 방향 직전에 식물원으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로 우회전을 했다. 포장된
도로이긴 하지만 시골길이다. 들어서는 순간
멈칫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마을에서
제설작업을 하기전이라 눈이 잔뜩 쌓인 길을
몇 대의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이 보일뿐인데
쌓인 눈이 어마어마했다. 이 상태의 길을 지나
갈 수 있을까 싶어 잠시 멈췄다. 차창을 열고
바깥을 내다봤더니 자동차 앞바퀴가 눈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얼른 4륜으로 전환,
미끄러운 눈길을 천천히 서행으로 운행했다.
소나무 숲길은 그야말로 눈밭이었다. 마을입구
시냇가를 지날 때는 오금이 저렸다. 자칫하면
미끄러질 수 있을 것 같아 느릿느릿, 조심조심
지나 몇 집 없는 마을길을 지나면 약간 경사진
길이다. 자칫 반대쪽에 오는 차가 있으면 눈이
많이 쌓여 교행이 불가하다. 겨우겨우 식물원
입구 주차장까지는 갔다. 후면주차를 하려고
했으나 워낙 눈이 많이 쌓여 헛바퀴만 돌았다.
몇 번을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눈을 다진 다음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뒤를 이어 동료들도
왔다. 다들 촌부와 똑같이 겁을 잔뜩 먹었단다.
동료들 중 진부에 사는 분이 하는 말에 의하면
어젯밤 폭설이 내렸고 그 전에 내린 눈과 합쳐
1m가 넘게 내렸다고 했다. 그제 월요일 내린
눈이 40cm, 어젯밤 내린 눈이 60cm 쯤이라
합쳐 1m라고... 이런 상황에 운전을 해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큰 도로에서 식물원까지 못해도
1km쯤 되는 좁다란 시골길은 정말 험난했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식은땀이 날 정도였으니...
그런데 설경은 기가 막혔다. 산골살이 25년에
이런 설경은 처음이다. 우리집 봉평 雪多目도
눈이 많이 내리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식물원이
자리한 오대산 자락에는 훨씬 못미치는 듯했다.
넷이서 전나무와 금강송 나뭇가지에 잔뜩 눈이
쌓여 휘어져 있는 숲길을 따라 입구까지 갔다.
나무문의 고리식 시건장치의 다이얼은 그 시각
진부의 기온이 영하 15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얼어 핫팩으로 한참만에 겨우겨우 녹여 열었다.
도르래식 출입문이 밀리지 않아 애를 먹었으나
겨우 밀고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얼은
몸을 녹인 다음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만 치웠다. 치웠다기 보다
눈을 퍼냈다는 말이 더 옳을 듯하다. 시니어들의
휴게공간 데크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일을 하는
우리 시니어들이지만 폭설을 치우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식물원 관리자들은 쉬엄쉬엄 하라고
했지만 시니어 넷 다 성실함이 몸에 밴 사람들,
가끔씩 쉬긴 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열심히 작업을 했다. 비록 시니어 일자리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런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쉽잖은 출근길, 꽤나 힘든 작업으로 인한 피로는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설경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도 나름 보람이라 여긴다.
오늘 식물원 출근을 하며 여러번을 중얼거렸던
말이 떠오른다. 똑같은 말을 몇 차례 반복한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세상에나, 이럴 수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