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또다시 하얀 겨울왕국
2025년 3월 18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열아흐렛날
머잖아
3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벌써 사흘째 소리없이 눈발이 날려 쌓이고 있다.
저 높은 하늘의 뜻인지라 어이 거역을 하랴마는
해도해도 정말 너무하는 것 같다고 중얼거린다.
말로는 순응하고 적응하며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몽매한 무지랭이 촌로의 마음은 그 반대이니 원~
아~
그렇게도 기다리는 봄소식은 눈속에 묻혔는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소식은 어디쯤 오고있는가?
잰걸음으로 오다 지쳐 느림보 걸음이란 말인가?
안된다, 아니된다, 절대로 멈춰서면 안되는 거다.
뜀박질로 내달려서 한 걸음에 달려와야만 한다.
그래야만 일상을 되찾아 너도 살고 나도 살테니.
겁난다!
부드러운 춘설(春雪)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하다.
'소리없이 내린다'가 아니고 '쏟아붓는구나'이다.
하늘은 왜 노했을까? 우리가 뭔 잘못을 했을까?
그게 아니면 하늘이 우리들에게 이럴 수는 없다.
하늘이 보기엔 뭔가 볼썽사나운 것이 있긴 한 듯,
그 보기싫은 걸 순백의 색깔로 덥으려 하는갑다.
하염없이
마구 쏟아붓는 눈을 바라보던 아내가 하는 말,
"또다시 하얀 겨울왕국이네. 나는 늙은 엘사야?"
라고 하더니 어색함을 넘어 겸연쩍은 듯 웃었다.
함께 따라 웃으며 "Let it go 한번 불러봐라!"
라고 했더니 "뭐라고? 부르라면 못 부를까봐!"
라고 하여 늙은이 둘이서 한참동안 웃고 말았다.
사실은
촌부도 마음 한켠에는 눈을 좋아하는 면도 있다.
이곳 평창 봉평의 산골살이에서 눈에 대한 것은
도시와는 달리 일상에 많은 불편이 따르는지라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늘 하늘을 원망한다.
하지만 힘든 제설작업을 마치고 바라보는 설경,
아무나 경험 못하는 순백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촌부는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적인 인간이다.
겉으로는 눈이 싫다, 징글징글하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하얀 눈, 잔뜩 쌓인 모습, 설경을 즐긴다.
다만 현실적인 면과 낭만적인 면이 늘 부딪히며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은 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라
어쩔 수 없는 고뇌와 번민에 쌓이는 것 아닐까?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빗자루 들고 집에서 빗질을 시작해 중앙통로를
거쳐 카페앞 주차장 입구까지 쓸면서 내려갔다.
다행히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는 않아 잘 쓸렸다.
빗자루를 내팽개치고 넉가래로 바꿔들고 경사가
가파른 비탈진 진입로의 눈을 치웠다. 잘 밀렸다.
이서방이 내려왔다. 둘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다.
그런데 또
오후 내내 눈발이 흩날리다 사정없이 쏟아졌다.
이 눈은 좋은 소식 전해주는 서설(瑞雪)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