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향 친구 덕분에 홍가리비찜을 실컷...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열닷새 보름날
내일이면 3월이 절반을 지나간다.
아직도 산골은 눈이 덜 녹아 군데군데 하얗다.
이른 아침 기온은 거의 매일 영하이고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는다. 전날 녹았던 눈이 흘러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아침이면 얼음이 얼어
빙판이다. 그렇긴 해도 한낮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따스하고 좋은 날씨에 영상의 기온,
일하느라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여전히 두 계절의 공존이다. 이맘때면 꽤나 자주
쓰는 말,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닌 듯' 이라고 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기온을 보더라도
촌부의 중얼거림이 거짓 아니다. 아침 영하 5도,
한낮 영상 13도, 해질녘 영상 3도이니까...
아침나절 식물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다. 어지간해서 일을 할땐 전화를 잘
안하는 사람인데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받았다.
"여보시오! 당신은 참말로 친구를 잘 두셨나 봐?
고향 남해 친구분이 홍가리비를 잔뜩 보내왔어!"
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택배사의 문자가 왔는데
보낸이가 누군지 모르고 'ㅊㅇ수산'에서 발송을
했다고 했다. 전화를 해봤더니 고향 친구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아내가 홍가리비를
김치냉장고에 넣어 잘 보관해 놓은 것을 확인후
너무 고마운 마음에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했다.
"여보시게, 친구! 이게 뭣꼬? 이 사람아! 싱싱한
홍가리비를 이렇게도 많이 보내주면 우짜노?"
이 친구 하는 말, 또다시 감동을 주는 것 아닌가?
"그마 삶아서 술 한잔 하게! 고향 생각 함시롱!"
그저 고맙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친구는
이따금씩 섬놈이 산골에서 살면 고향 생각 많이
날거라며 남해産 호래기, 전어, 시금치 등등을
보내주었다. 이번에는 또 싱싱한 홍가리비까지...
뭘로 보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둘째네에게 조금 나눠주고 어떻게 먹을까 한참을
망설였다. 아내가 숯불에 홍가리비구이 해먹으면
좋지만 번거로우니 찜으로 해먹자고 했다. 그게
좋겠다며 둘이서 준비를 했다. 아내는 하나하나
껍질을 솔로 깨끗이 씻었다. 그 사이 촌부는 곰솥,
찜틀, 부루스터를 가져다 솥에 찜틀을 얹어놓고
물 1.5리터, 소주 개량컵 1컵을 넣고 아내가 잘
씻은 홍가리비를 넣고 팔팔 끓였다. 김이 날 즈음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였다.
그 사이 아내는 밥상을 봤다. 초고추장을 만들어
놓았다. 생더덕을 손질하여 배와 함께 채를 썰어
잣을 갈아 소스를 만들어 끼얹은 더덕샐러드를
해놓았다. 홍가리비찜 먹으며 시원하고 고소한
생더덕샐러드를 곁들였더니 궁합이 잘 맞았다.
아내와 둘이서 잘 익은 홍가리비찜을 초장에 푹
찍어 한 입 했더니 뭐라 형용할 수도 없는 맛있는
고향의 맛, 친구의 정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었다.
실컷 초장에 찍어 먹다가 홍가리비를 밥에 넣고
초장으로 쓱쓱 비벼 홍가리비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더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럴땐 소주
한잔 해야하는데 치과치료를 하다보니 그럴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두어달 넘게 참아왔으니까
포기하고 그냥 홍가리비만 맛있게 잘 먹었다.
남은 홍가리비는 껍질과 알멩이를 분리, 한번씩
먹을 만큼 소분하여 냉동보관을 해놓았다. 또한
홍가리비를 찌면서 나온 육수도 조금씩 소분을
하여 냉동시켜 놓았다. 칼국수나 찌개를 끓일 때
육수로 넣을 것이라고 한다. 고향 친구의 덕분에
입이 호사를 누렸고 또 누릴 것이라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촌부는 이래저래 참 복 많은 사람이다.
친구! 너무 고맙고 정말 감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