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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보람찬 식물원의 하루 


2025년 3월 10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열하룻날 


시간의 흐름은  

계절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 

누구나 다 아는 자연의 변화이며 이치다. 


아침 기온은 영하 5도였으나 

한낮의 기온은 영상 12도까지 치솟았다. 

간절기라서 일교차가 꽤나 심한 요즘이다. 


하지만 끈질긴 산골의 겨울은 

언제쯤이나 그 기세가 꺾일런지 모르겠다. 

아침은 춥고 낮엔 따스한데 해가 지면 또 춥다. 


제아무리 질긴 산골의 겨울일지라도 

따스한 햇볕, 온화한 맑은 공기, 땅의 기운에 

점점 무력해지고 있음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녹지않을 듯이 잔뜩 쌓였던 눈이 많이 녹았다. 

지붕 위에 쌓였다가 녹아 흐르는 낙숫물 소리, 

녹은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질퍽거리는 땅바닥 


겨울이 물러갈 채비를 하고  

봄기운이 엿보이는 그런 흔적이지 싶다. 

겨울아! 미련없이 그냥 물러가거라! 


아침 출근길, 

산골에 사는 촌부가 또다른 숲으로 향한다. 

7시에 집을 나서 30km 거리의 한적한 국도를 

질주한다. 도시와 달리 출근시간이지만 산골의 

이른 아침이라서 도로에는 자동차가 거의 없다. 

빠르게 달릴 필요도 없다. 느릿느릿 주변 경관을 

살피며 달린다. 속사터널 나갈 무렵 아침 일출이 

기가 막혔다. 안전지대에 자동차를 세우고 멋진 

일출을 한 컷 찍었다. 누가 보면 그랬을 것이다. 

'출근하는 사람 맞나? 가다말고 사진을 찍다니?' 

라고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산골살이 여유이며, 특혜이고, 

멋이요, 맛이 아닐까? 하고픈 걸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 산골에 사는 촌부이다. 


식물원에 다다르면 

제설작업이 되지않아서 눈이 덜 녹은 미끄러운 

좁은 길이 나온다. 제빨리 4륜으로 바꿔야한다. 

숲길, 마을길, 밭길, 시냇가길, 다시 숲길을 지나 

식물원에 도착한다. 집에서 30분 남짓 걸린다. 

주차장은 따로 있으나 우리는 입구의 아무데나 

눈이 잔뜩 쌓인 공터에 주차를 한다. 꽁꽁 얼어 

붙은 길을 따라 잠시 걸어가면 넓은 식물 중에 

우리 시니어들의 휴게공간이다. 넷이 모여 차를 

한잔하고 오늘 무슨일을 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오늘은 탐방로 오솔길과 휴게공간 데크에 잔뜩 

쌓인 눈을 치우기로 했다. 지시는 없다. 자율로 

할 일을 정한다. 감독, 감시, 통제도 전혀 없다. 

다만 나이든 시니어들이라서 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당부가 전부이다. 우리도 그 점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 겨우내 쌓인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이다. 지난해 일년동안 일을 

하느라 다녔던 곳이라 눈이 쌓여있어도 탐방로 

오솔길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눈삽으로 조금씩 

퍼내면서 길을 터놓았다. 눈밭에다 길을 만들어 

놓았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일을 한다. 

그새 많은 길을 터놓았다. 점심시간에는 식사후 

낮잠도 잠시 즐긴다. 정말 꿀맛 같다고나 할까? 

휴게공간 데크 제설작업을 깔끔하게 해치우고 

나니 벌써 오후 2시가 가까웠다. 퇴근시간이다. 

오늘 작업 광경 찍어놓은 사진과 함께 단톡방에 

몇 자의 글과 함께 올려놓고 퇴근을 했다. 금새 

담당 대리가 수고했다며 조심히 가라는 답글을 

보내왔다. 시니어클럽 식물원 하루를 마쳤다. 


오후 1시반 출근, 4시반에 퇴근하는 시니어클럽 

동료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춰 학교에서 픽업을 

하여 면사무소에서 볼 일을 본 다음 집으로 왔다. 

아내가 고생했다며 샤브샤브를 끓여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이럴땐 반주 생각이 났지만 참았다. 

어느새 일시 금주를 한지도 어언 두 달이 지났다. 

치과치료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금주를 하기로 아내와 악속을 했기에 

기필코 지키기로 스스로 다짐에 또 다짐을 한다. 

보람찬 하루를 보냈으니 내일은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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