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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우짜겠노? 산골에서, 그래도...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그믐날 


어제는 바람이 꽤 불긴 했으나 햇볕이 좋았다. 

한낮은 모처럼 초봄과 같아서 참 따사로왔다. 

허나 단 하루뿐이었는갑다. 오늘 아침은 다시 

두 자릿수로 곤두박질한 수은주, 영하 11.5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희망을 갖자! 앞으론 점점 

따뜻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새 

봄은 우리곁에 와 있을 테니까... 


어제는 강산이 네 번하고 반이 지난 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의 생일인데 어떻게 해야 좋아할까? 

혼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을 

했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챙길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하지만 촌부 생각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챙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는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훨씬 짧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그런대로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아내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혼자 중얼거렸다. 

"우짜겠노? 산골에서, 그래도 뭔가 해야겠지?" 


그래서 아내에게 "바람이나 쐬러 나가세. 맛있는 

밥도 사묵고, 오랜만에 절에도 갔다오고..."라고 

했다. "그럽시다! 짜장면이나 한 그릇 사먹지 뭐. 

그런데 절에는 꼭 갑시다. 오늘이 내 생일이지만 

엄마 생신이기도 하니까 엄마 생각이 나네."라고 

하며 아내가 다소 어두운 인상으로 말을 이었다. 

작고하신 장모님과 아내의 생일은 같은 날이다. 

생전에는 늘 엄마 생신에 얹혀 생일을 지내야만 

했던 아내였다. 그렇지만 막상 엄마가 안계시는 

지금 혼자 생일을 맞이하는 게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서 부처님도 뵙고 마음을 달래보자고 권한 

것인데 아내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같다. 

그리하여 우린 오대산 월정사에 다녀온 것이다. 

법당을 나오다가 멘토 아우 모친 영정이 모셔져 

있는 것을 발견해 참배를 드리고 나왔다. 얼마전 

초재를 모시고 49재까지 법당에 영정과 위패를 

모셔 두었다고 들었다. 좋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러갔다가 좋은 일도 했구나 싶다. 


오는 길에 진부에서 아내가 케익을 하나 골랐다. 

봉평에 없는 이름난 제과점이라서 들린 것이다. 

아침은 간단히 미역국으로, 점심은 완전 산골식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군만두로, 저녁엔 둘째네를 

불렀다. 등갈비 김치찜과 두릅전을 부쳐 넷이서 

즐겁게, 맛있게 잘 먹었다. 케익에 촛불을 붙였고 

때마침 멀리 영주에 있는 조카 딸내미가 큰이모 

생일 축하한다면서 전화를 주었다. 전화상으로 

축하송을 함께 부르며 아내의 생일 파티를 했다. 

어찌되었거나 이래저래 아내의 69회 생일은 잘 

치렀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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