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 생일인데...
2025년 2월 26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스무아흐렛날
올겨울 들어 처음 보는 한 자릿수의 기온이다.
영하 1도, 하루사이 무려 14도나 오른 기온이
놀랍다. 봄이 온 걸까? 아직 단언하긴 시기상조,
간밤에 눈발이 날렸던 것 같다. 제설작업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러한 날싸를 보면
이 산골의 봄은 아직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모처럼 포근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 좋긴 하다.
아내가 정성으로 키우는 실내화초들 세 녀석이
꽃을 피우고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동양란에는
여러 송이 꽃이 피었고 산호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꽃이 피어있고 이미 피었던 꽃이 지고
빨간 열매도 맺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관에는
창가에 놓인 군자란에는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이렇듯 산골의 봄은 집안에서부터 먼저 시작된
듯하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아내의 60대
마지막 생일에 맞춰 축하를 하듯이 꽃이 피는 것
같아 좋긴 하지만 식물보다 못한 남편인 것 같아
아내에게 많이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은 아내 69회 생일이다. 이른 아침 도시에
사는 아들 녀석이 엄마 생일이라고 축하를 겸한
안부 전화를 했더란다. 뭐 필요한 것 없냐면서
엄마 생일인데 반가운 소식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더라나 뭐라나? 한 두어 달 전부터 헬스장을
다녔더니 세 자릿수 체중이 드디어 두 자릿수로
쑤욱 내려갔단다.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오죽하면 아내의 스마트폰에 '귀여운 뚱♡아들'
이라고 적어놓았을까? 아내는 이런 생일 선물이
또 있겠냐며 선물 중에 가장 좋은 너무나 신나는
생일 선물이라며 싱글벙글이다.
어제 저녁은 둘째네가 아내의 생일 축하한다며
아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먹자고 하여 함께
읍내에 나가 맛있게 먹고 들어왔다. 너무 고맙다.
그런데 정작 남편인 촌부는 선물 준비도 못했다.
어젯밤 자정무렵까지 함께 트롯 경연을 보다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로 떼우려했더니 손바닥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현금이 가장 좋다면서...
생일 케익이라도 하나 사왔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쉽잖다. 이따 나가서 밥이라도 먹고 케익을 하나
사줘야겠다. 나이가 들고 산골에 살다보니 아내
생일에 선물도 준비 못함이라 마음이 좀 그렇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일을 조금 했다. 난롯불을
지필때 필요한 불쏘시개용 잔가지 나무를 했다.
불쏘시개를 담아둔 커다란 플라스틱통이 비어서
채워놓은 것이다. 그동안 눈이 쌓여있어 작업을
못했다고 말을 하면 핑계가 좀 구차한 것이겠지?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자잘한 나무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꺾거나 부러뜨려 꽤 넓은 박스로 세 번을
나르고 채웠다. 이만큼이면 올겨울은 쓸 것 같다.
오후에는 둘째네 카페에서 사용할 난로용 땔감,
펠릿이 도착하여 나르는 작업을 도왔다. 20kg
들이 50포대를 이서방과 둘이서 창고로 날랐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여러번 나르다보니
팔, 다리, 허리가 뻑적지근하다. 모처럼 일을 한
것인데 두 가지 다 땔감 준비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