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눈이 녹긴 녹는구나!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스무나흗날
2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오늘도 여전히 꽤 춥다.
한파경보는 며칠째 이어진다. 영하 20도이다.
올겨울에는 자주, 많이 내린 눈은 물론이거니와
산골살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한파까지 한몫을
거들었다. 자연현상이라 그러려니 하며 적응을
해야함이지만 평범한 우리네 서민들은 꽤 힘든
겨울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나름의 삶을 즐기면서 만족스런 일상을 이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좋은 말을 되뇌이면서...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라!'
'이또한 지나가리라!'
오늘 아침에 또 치과에 가야한다. 쉬는 동안에
오랜 숙원이었던 치아 치료를 지난 1월 초순에
시작을 하여 오늘로 열두 번째, 그러니까 어느새
한달 보름이 되었다. 시작은 했지만 언제쯤 끝날
것인지 모른다. 그나마 지금은 치료전보다 훨씬
씹는 것이 수월하여 식사가 즐겁다. 이(치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격이랄까? 어쨌든
더 나이를 먹기전에 이만큼이라도 치료가 되어
입맛, 밥맛을 되찾았으니 다행이구나 싶다.
치과치료를 한답시고, 날씨를 핑계로 허구헌날
빈둥빈둥 하는 일없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집구석에 쳐박혀 있기는 싫어서
눈이 잔뜩 쌓인 단지를 싸돌아다닌다. 이마저도
안하면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다. 눈이 내려도
녹았다가 또 쌓이고 또 녹아 땅바닥이 드러나는
날이 많아 일을 할 수 있었던 여느해와는 달리
올겨울은 그럴 수가 없음이다. 첫눈부터 시작해
지금껏 눈이 쌓이고 또 쌓여 흙바닥이 드러나는
날이 없으니 말이다.
어제 오후, 하얗게 쌓인 눈 외는 볼 것도 없는데
두툼한 외투에 털모자를 쓰고 털장갑까지 끼고
바깥에 나가 단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참 할 일
없는 촌부의 모습이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꽤
추웠다. 그래도 햇볕은 좋았다. 눈에 반사되었고
눈이 부셨다. 수은주는 영하 5도에 멈춰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눈이 녹고 있음을 보고 감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이 내리고 쌓이는 것은 볼 수가
있지만 녹는 것은 우리도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녹는다. 땅바닥이 드러나야 녹는구나, 녹았구나
하게 된다. 그런데 어제는 그걸 눈으로 보았으며
햇볕의 힘, 자연의 힘이 정말 대단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지난 늦가을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쓸쓸한 모습의 텅빈 밭이었는데...
초겨울이었던가?
쉼을 시작하고 있을 무렵
폭설로 내린 첫눈 이후부터
한겨울 지나 봄이 가까운 지금껏
하얀옷 벗지못하고 한가득이네.
큰밭을 바라보며 몇 자 느낌을 적고, 발걸음이
멈춘 장작집 앞쪽의 작은밭에서도 또 생각나는
그대로 메모장에 긁적거려 놓았던 걸 옮겨본다.
겨우내 잔뜩 내려 쌓인 눈위에
장작집 비닐지붕에 쌓였던 눈이
햇볕에 녹아 미끄러져 내린 눈더미,
그때 그때마다 여러차례 눈삽으로
한 삽 두 삽 퍼올려 쌓아놓았더니
눈더미는 점점 산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드러나 있는 땅바닥 가까이에
흙먼지, 어스러진 나무껍질 닿은 곳
거기서부터 눈이 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참 희한하고 신기해 보였다.
햇볕의 힘,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하다.
눈이 녹긴 녹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