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위험천만인 처마끝 고드름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스무날
밤새 또 눈이 조금 내렸다. 예보에도 없었는데...
하지만 걱정할 만큼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어제 하루 한 자릿수였던 기온은 또 두 자릿수,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 짧은 달, 2월도 어언
보름이 지나고 중순이라 한겨울 추위는 더 이상
없으면 싶은데 촌부의 바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봄을 기다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워낙 눈이 잦고 많이 내리고 추위가 혹독한 곳에
살다보니 벌써부터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다른 고장 보다는 겨울이 길고 봄이 늦게
오는 산골이라서 기다리는 마음이 더 그런 듯...
어제 아침나절 장독대의 눈을 정리하면서 현관옆
눈더미를 조금 치웠다. 치우고 보니 지난 겨우내
내린 눈이 차곡차곡 쌓였던 흔적이 눈에 띄었다.
드러난 단면은 얼마나 눈이 많이 내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그렇겠지 하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나름 자연현상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는 촌부에겐
예사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골살이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밌는 현상이다.
사실 할 일도 없이 눈더미를 허물은 것은 아니다.
사연인즉슨 지붕 처마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제거
하려고 하다보니 긴 사다리놓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워낙 눈이 많이 쌓인 지붕에서 눈이
녹으면서 물이 넘쳐 고드름이 맺혔고 하필이면
비닐하우스 다용도 창고의 윗쪽으로 향하고 있어
제거하지 않으면 분명 비닐하우스로 떨어지게 될
것 같았다. 그야말로 위험천만인 고드름이었다.
긴 막대기 끝에 플라스틱 양동이를 매달아 묶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고드름을 떠어냈다. 그냥
두었더라면 비닐하우스가 뚫리고 찢어졌을 것,
그나마 촌부의 눈에 띄었으니 망정이지 큰 변이
날 뻔했다. 두 개의 긴 고드름을 떼어놓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하며 살고 있다.
아내가 이제 설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나갔으니
데크 처마에 풍경(風磬)을 달아도 될 것 같다며
시간이 되면 달아달라고 했다. 지난 늦가을쯤에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풍경을 떼어놓으라고
하여 떼어 잘 보관을 해놓았다. 겨우내 쉬고 있던
풍경을 꺼내 달아놓았더니 바람에 흔들려 아주
좋은 소리를 낸다. 겨우내 못들었던 맑고 은은한
풍경소리는 너무나 듣기에 좋았다.
내일이 말날이라며 아내는 장담기 준비를 미리
하느라 메주를 씻어놓고 장독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겨우내 내린 눈으로 장독 밑이 얼어붙어
뜨거운 물을 가져다 밑바닥을 녹여 떼어내 안에
갔다줬더니 깨끗히 씻어 엎어놓았다. 아내는 꽤
오래전부터 전통방식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만 둘이 먹는
것이라서 2년에 한 번씩 담가 2~3년을 묵히고
익혀서 먹는다. 올해가 장을 담그는 해라고 하여
지인을 통해 전통방식으로 띄운 메주를 구입하여
내일 말날에 장을 담글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촌부도 손을 보태 도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