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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나 원 참~!!! 


2025년 2월 16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열아흐렛날 


아침 기온 영하 8도, 

얼마만에 한 자릿수 기온인가 모르겠다. 

어서빨리 기온이 쑥쑥 올라가고 잔뜩 쌓인 눈이 

녹아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하는 하루, 

몸도 마음도 여느날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소리없이 내려쌓이는 눈은 눈에 띄게 잘 보이는 

반면에 그와 달리 소리없이 녹는 눈의 모습은 잘 

분간이 안간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눅긴 

녹는다. 햇볕이 있든 없든 기온이 오르면 녹기는 

하니까 말이다. 어떠한 원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살짝이라도 건드려놓거나 땅바닥이 조금이라도 

보일 만큼만 치워놓아도 녹는 속도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된다. 땅이 햇볕을 

받아 지열을 생성하여 녹는 것인지, 아님 곧바로 

햇볕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무지랭이 촌부는 잘 

모른다. 눈이 녹는 원리나 현상은 잘 모르겠으나 

눈에 보이는 것으로도 꽤 많이 녹은 듯하여 좋다. 


결혼 44주년 기념일이라고 어제 아침에 아들이 

아내의 폰으로 전화를 했다. 아들 전화가 왔다며 

불렀다.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셋이서 통화했다. 

"엄마 카톡 안보셨어? 뭐 하나 보내드렸는데..." 

라고 시작을 하더니, "축하드려요. 좋은 날인데 

두 분 나가서 맛있는 거 사드시고 오시지요?" 

라고 했다. 아들 전화에 기분이 좋은 듯 상기된  

모습의 아내, 연신 고맙다며 들뜬 음성이었다. 

아내는 대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여간해서는 잘 

못하는 아니 잘 안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촌부가 

"고맙고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대신 말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아내의 카톡을 열었더니 

적잖은 금액의 대형마트 상품권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지엄마 성격을 잘 아는 녀석이라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구입하라고 그랬지 싶다. 

어찌되었거나 좋은 날을 잊지않고 어미, 아비를 

위해 챙겨주는 아들 녀석이 있어 너무나 고맙다. 


계획한 여행 대신에 강릉으로 나들이를 다녀와 

결혼기념일은 아내가 꽤나 좋아하는 돼지갈비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따끔씩 가는 맛집이 

식사 장소인데 집에서 30여분 거리의 대화이다. 

때마침 맞춰놓은 메주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와 

잘 되었구나 싶었다. 식사도 하고 메주도 갖고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아내의 

착각인지 소개하신 분의 착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12시 전에 메주 가지러 

오라고 했다기에 시간을 맞춰서 갔는데 대화가 

아니고 우리집이 있는 면온 설다목에서 가까운 

읍내 봉평이란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으나 

괜시리 짜증나서 "나 원 참!"이라고 중얼거렸다. 


어쩌겠는가? 자동차를 돌려 봉평 읍내로 달렸다. 

부탁한 메주를 싣고 농협마트에 들려야 한다고 

하여 잠시 몇 가지 생필품을 산 다음, 아내에게 

"다시 대화로 가서 예정한 돼지갈비를 먹을까?" 

했더니, "뭘 또다시 대화까지 가냐?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고 가면 되잖아? 돼지갈비는 다음으로 

Keep 해놓지 뭐..."라고 했으나 못내 찜찜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 예전 봉평 장골목에 돼지갈비 

잘하는 집이 있었는데 주인이 바뀐 뒤로는 가지 

않았지만 다시 원래 주인이 한다고 하여 거기로 

가자고 했더니 아내가 "그래요. 꿩 대신 닭이네!" 

라고 했다. 대화의 갈비가 아닌 봉평의 갈비라도 

먹이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그 음식점에 갔더니 

이런, 이런! 출입문에 정기휴일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나 원 참!"이고 중얼중얼... 


아내가 "집에 가서 떡만두국이나 끓여 먹자구!" 

라고 했다. 마음이 영 그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들어오면서 찜찜한 기분도 그렇고 하여 자동차 

세차를 하러갔다. 염화칼슘을 뒤집어 쓴 효붕이 

목욕을 시키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싶었어서... 

깔끔해진 효붕이 모습을 보니 마음 좀 가라앉아 

집으로 돌아와 아내가 떡만두국을 끓이는 사이 

장독대에 잔뜩 쌓인 눈을 치웠다. 모레 말날에 

장을 담그려면 미리 장독을 꺼내 잘 닦아야 할 

것 같아서 아내가 시키기 전에 미리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떡만두국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 나가자고 했더니만 귀찮다고 하며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다. 44년 전에 처음으로 끓여 

먹었던 고추장찌개에 전날 주문진에서 사갖고 

온 큼지막한 갈치 두 토막을 구워서 조촐한 산골 

밥상으로 결혼 44주년 기념일 식사를 대신했다. 

식사를 하며 또다시 "나 원 참! 이게 뭣꼬? 일이 

이상하게 꼬여 당신한테 많이 미안하네 그려~" 

라고 했더니, "괜찮다, 그마! 우짜노? 내 복이 

이거 뿐인데..."라고 하는 아내가 몹시 안스럽게 

보였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지나가버렸다.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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