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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함께 살아온 세월, 44년...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열여드렛날 


영하 13도, 여전히 추운 아침을 맞이한다. 

대관령 너머 강릉은 참 따뜻하더만 우리 고장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의미있는 날이라고 하여 

하늘도 알아주어 따뜻했으면 했는데 바람일뿐... 

날씨의 변화, 기온에다 별의별 의미를 다 가져다 

붙여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촌부이다.  


44년전 오늘, 

1981년 2월 15일 아내와 백년가약을 맺었고 

그날 이후 함께한 세월이 어언 이렇게 흘러갔다. 

젊은 날에도 그랬고 강산이 네 번하고 반이 흘러 

가고있는 지금껏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음인데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이 없다. 

마음은 있으되 겉으로 표현을 못하는 무뚝뚝한 

보리문디 경상도 사내를 만나 44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이날 이때껏 고생만 시킨 것 같아 정말로 

많이 미안하고 참 많이 죄송하다. 마음으론 늘상 

로맨티스트, 낭만 가객이 되고 싶었는데... 


이 세상 그 어느 부부라도 함께 살아가는 긴 여정 

동안에 좋은 일도 있고 좋지않은 일도 함께 겪어 

가며 둘의 지혜를 합쳐 슬기롭게 살아가는 것이 

부부의 연이 아니겠는가 싶다. 우리 부부도 살아 

오는 동안에 우리 앞에 닥치는 수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아픔과 좌절도 겪었고 즐거움과 기쁨의 

희열도 맛봤다. 이런저런 일이 두리뭉실 합쳐져 

좋은 쪽으로 희석이 되었기에 지금껏 우리 나름 

그런대로 잘 살아왔고, 잘 살고있고, 잘 살아가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둘이서 마음을 잘 합쳤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공(功)은 옆에 있는 

아내에게 모두 다 돌리고 싶다. 늘 옆에서 붙잡아 

비뚤어짐이 없도록 해준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아내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기 때문에... 


결혼 44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어제, 

모처럼 핑계삼아 군산을 거쳐 부안, 전주 쪽으로 

여행을 다녀올까 싶은 마음을 혼자 갖고 있었다. 

아내 생각은 좀 달랐다. 지난해 갑자기 쓰러져서 

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큰여동생을 

보러 서울에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참 고마운 

마음씀씀이다. 어제 아침 일찍 막둥이 여동생과 

전화를 하더니 날씨도 추운데 굳이 그러지 말고 

좀 따뜻해지면 다녀가라고 하여 그러기로 했단다. 

기왕 마음먹은 것, 바람도 쐴 겸 어딘가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아서 가까운 강릉이라도 다녀오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도 섬놈 출신 촌부에게 바다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고 지난해 한번 가서 아주 

맛있게 먹었던 생선구이집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럼 그러자고 하여 집을 나섰다. 


대관령 넘어 갔던 강릉은 마치 우리집 설다목의 

봄날과 같은 꽤 따뜻한 날씨였다. 두툼한 외투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할까? 산 하나가 이렇게 

기후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었다. 

점심은 화덕으로 굽는 생선구이집에서 잘 먹었다. 

먹음직하고 푸짐한 생선구이가 나오자마자 이내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일일이 가시를 제거하고 

살을 발라 아내더러 많이 먹으라고 했다. 지금껏 

아내와 함께 어디서나 생선을 먹게 되면 가시와  

살을 발라내는 것은 늘 촌부가 하는 습관이랄까, 

버릇이랄까? 하여튼 그건 촌부 몫이요, 담당이라 

아내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오죽헌에 가서 율곡 이이 선생과 

훌륭하신 어머니 신사임당의 행적을 둘러봤다. 

아주 오래전인 아들 녀석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 

가봤으니 32년만에 다시 가본 것이다.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만에 가봤지만 정말 

가볼만하다. 느낌까지 피력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아주 좋은 역사공부를 하게 되는 그런 유적지다. 

오죽헌을 나와 경포대 해변으로 자동차를 몰아 

바다구경을 하러갔다. 아주 이따금씩 고향 남해 

생각이 나면 들리는 곳이지만 늘 느낌이 다르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 푸르디 푸른 바다, 밀려드는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에 가슴이 확 트이고 마음 

또한 뻥 뚫리는 듯했다. 이렇게도 바다가 좋은데 

어찌하여 산골에서 사는 것일까? 섬놈 출신이... 

경포대 해변에 가면 늘 아내가 쓴 시가 생각난다. 


경포대에서 


끝없이 펼쳐진 검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마주서니 

가슴이 시원하게 확 트인다. 


지난 10여년의 시간들이

파도치듯 밀려왔다 밀려간다.


외롭고 서글플때 

견디게 했던 노랫말 한소절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죽을 만큼 힘이 들어 

아침이 두려웠을때 

위로가 되어준 책 속 글 한 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내게 힘을 주는 글은 

'눈을 감고 꾸는 꿈은 그냥 꿈이고 

 눈뜨고 꾸는 꿈은 희망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을 기다려보며 

철썩이는 파도에 

삶의 무게를 실어 보낸다.


마음을 비우고 돌아서며 

다시오마 약속해본다.


2014. 9. 19 아내의 詩


경포대 해변 백사장 걸으며 지난 얘기를 나눴다. 

아내의 시에서 말했듯이 다시오마 약속을 하고 

자동차를 주문진을 향해 몰았다. 경포대에서 쭉 

이어진 해변도로는 참 정겹고 좋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고향 남해에 가 있는 듯 

기분좋은 착각을 하게 된다. 주문진 수산시장의 

단골집에 들려 생선회를 조금 뜨고 회를 즐기지 

않는 아내를 위해 큼지막한 갈치 세 마리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반나절 조금 넘는 짧은 나들이,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콧바람을 쐬고 와서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내도 모처럼의 나들이라서 좋았다고는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어제 아내가 말했듯이 

오늘은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사주러 

대화에 다녀와야겠다. 


♡오늘의 다짐♡ 

여보, 내 사랑 순악질여사님! 

함께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살아갈 날 동안 

당신을 많이 아끼며 열심히 살아가겠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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