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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2025년 2월 11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열나흗날 


하도 한파가 오랫동안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잠시 바깥에 나가도 옷속을 파고드는 한기가 

장난이 아니다. 금새 콧속이 얼어붙는 듯하다. 

예보에는 한파가 풀렸다고 했는데 빗나갔나? 

이른 아침 기온은 영하 20도, 도대체 한파가 

언제쯤 물러가려나? 그런데 또 내일 새벽부터 

저녁무렵까지 눈소식이 잡혀있다. 올겨울에는 

한파와 눈이 촌부의 일기장에 도배를 하고 있다. 

모진 추위, 순백의 눈에게 산골사람들의 일상을 

빼앗겨 잃은 느낌이다. 문득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마음을 시로 반일 민족의식을 표현했던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생각난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그 의미가 

다르고 거리가 멀어 동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하도 추위와 눈이 일상을 괴롭히다보니 따뜻한 

봄이 그립고 기다려지는 마음에 페러디를 하듯 

한파와 눈이 지긋지긋하여 이렇게 바꿔 써본다.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올겨울은 눈이 하도 자주 많이 내려 제설작업이 

산골사람들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제 아침에도 

그랬다. 일찌감치 식사를 하고 챙겨입고 나갔다. 

그새 이서방은 나와서 우리길을 넉가래로 치워 

놓고 아랫쪽 진입로를 향해 밀고 내려가고 있어 

올라오라 했다. 바람돌이 시동을 걸어 짊어지고 

내려가 저 아랫쪽 초입까지 모두 치웠다.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고 한 대의 

자동차가 지나간 바퀴자국이 얼어붙어 있었다. 

참 양심도 없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마저 치웠다. 

집에 올라왔더니 그새 이서방이 넓은 주차장을 

치워놓아 중앙통로와 집주변, 아내의 운동길을 

치웠다. 습설이 아니고 가벼운 눈이라서 손쉽게 

바람돌이로 치울 수 있어 다행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 시간반동안 제설작업을 하고 왔더니 

아내가 수고했다며 반겨주었다. 목이 좀 말라서 

주방으로 갔더니 식탁위에 그릇들이 잔뜩 놓여 

있어 다가가 봤더니 정월대보름 묵나물이 담겨 

있었다. 묵나물을 미리 물에 불려놓은 것이었다.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내는 우리 풍습을 

잘 이어가는 사람이다. 명절에는 물론 이런저런 

절기에 절식(節食)을 챙기고 있다. 내일이 우리 

전통의 정월대보름날이라 오곡밥과 아홉 가지의 

묵나물을 먹는 세시풍습을 나름 정성껏 챙겨서 

주려고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음이라 고맙고 감사하다. 


저녁에 주방에서 뭘하고 있어 가봤더니 아내가 

깨트린 계란을 종이컵에 넣고 하나는 계란만을, 

또하나는 계란위에 치즈를 얹어 그릴에 넣어서 

익히는 것이었다. 이름하여 계란빵인데 그 맛이 

아주 부드럽고 맛있어 너무 좋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너무 좋고 계란빵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산골의 저녁이 참 좋다. 


어제 아침나절에 부고가 왔다. 촌부의 산골살이 

멘토인 맥가이버 아우의 모친께서 별세를 하여 

오늘 낮에 아내와 함께 진부 장례식장에 문상을 

다녀오려고 한다. 아우 어머님은 정말 우리들을 

좋아하셨다. 마을분들이 우리를 삼동서집이라고 

불렀고 특히 어머님께서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우리 삼동서는 참 좋은 사람들이라시며 

아우네에 가기만 하면 밥 먹고 가라, 차 마시고 

가라, 과일 먹고 놀다 가라고 챙겨주시곤 했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좋으셨던 그런 분이셨다. 

그런 분께서 치매가 왔고 오랫동안 요양원에서 

계셨는데 결국 이겨내시지 못하고 가신 것이다. 

부고를 받자마자 아우에게 문자로 인사를 했다. 

이따가 가서 손이라도 잡고 위로하고 와야겠다. 

어머님!  

부디 고통없는 좋은 곳에 가셔서 영면하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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