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힘들어도 즐겁게 하는 일, 장작 나르기
2025년 2월 10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열사흗날
잦은 눈, 모진 한파와 함께하는 날의 연속이라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내는 일상이다보니
어느새 짧은 달, 2월은 열흘이 흘러가고 있다.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의 겨울날 일상은 그날이
그날인 듯하게 보이질도 모른다. 딱히 특별함이
없어 보이고 지루할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은 아니다. 콕 집어 뭐라고 어떻게 표현하기도
마땅찮은 일이 많다. 남들이 보기에 산골사람들
겨울날의 일상은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늘 비슷한 환경, 비슷한 상황속에서 그날그날을
마주하게 되고 그냥 무의미하게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산촌이든
각자의 값진 일상을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많은
노력을 기우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간밤에 또 눈이 내려
일거리가 생겼다. 산골사람들의 일상은 이렇게
눈과 함께한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간밤에 내린 눈은 예보에도 없었던 눈, 사흘째
이런 날을 마주하고 경험하게 된다. 이럴땐 욕을
잘 못하는, 잘 안하는 촌부지만 스스로도 모르게
'젠장~ 뭔 날씨가 이렇게 짓궂노? 하늘이 밉다!"
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기온은 영하 19도이다.
어제 보았던 눈밭의 루드베키아 마른 꽃 두 송이,
이 녀석들도 기겁했을 것이다. 키가 큰 녀석인데
조금만 더 눈이 쌓이면 모가지까지 덮을 듯하다.
녀석들도 촌부만큼 눈이 원망스럽지 않을까 싶다.
한파경보가 며칠째 이어졌는지도 모르는 어제,
다용도 창고에 쌓아둔 장작이 거의 바닥이었다.
춥기는 했으나 햇볕이 좋은 오후, 아우래도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작업복을 갈아입었더니
아내가 성화였다. 하필이면 올겨울에 들어 가장
기온이 낮고 추운 날에 무슨 장작일을 하느냐고
했다. 촌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지만 한번 마음먹은 일은 해치워야만
하는 촌부의 성격인지라 더 이상 막지는 않았다.
바깥 장작집도 눈에 띄게 빈자리가 넓어 보인다.
장작집에서 안쪽 다용도 창고로 장작을 옮기는
일은 단순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꽤나
힘드는 일이다. 장작집에서 장작을 꺼내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나르는 것이지만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조금 적게 담아 나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상자에 한가득을 담으면 아마 2~30kg은 족히
되지않을까 싶다. 그걸 들고 평지를 거쳐 몇 개
되진 않지만 데크 계단을 거쳐 현관으로 이르는
길은 제법 된다. 그리고는 차곡차곡 쌓아야한다.
장작을 쌓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 쌓으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수년
장작을 만져온 촌부의 손길은 이제 거의 수준급,
아내도 촌부가 쌓아놓은 장작을 보면 늘 감탄을
하곤 한다. 이렇게 두어 시간동안 꺼내고 나르고
쌓아놓으면 한참동안은 아내도 촌부도 수월하고
편하게 된다. 아마 남은 2월은 눈이 내려도 추운
날이 이어져도 손쉽게 장작을 가져다 땔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일은 몰라도 장작일은 힘든 것보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 참 희한하다.
비워져 가는 장작집을 보면 허전함이긴 하지만
한가득 쌓여가는 다용도 창고 안의 장작을 보면
뿌듯하고 흐뭇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