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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가족의 설날은 이랬다. 


2025년 1월 30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초이튿날 


하늘은 어제 오후까지 물기 잔뜩 머금은 습설을 

마구마구 쏟아놓은 폭설도 모자라 오늘 아침엔 

영하 14도까지 뚝 떨어진 한파를 선물이랍시고 

산골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심술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일반적인 일상이 아닌 민족의 큰 명절, 

즐거워야 할 설연휴에 마음고생은 물론이거니와 

몸고생을 시켰다. 25년째의 산골살이, 70평생 

사는 동안 이렇게 폭설로 인하여 고생한 경험은 

몇 번이 없었던 것 같다. 손에 꼽을 만큼이랄까? 

허나 이를 어쩌겠는가? 이런 애환도 내 일상의 

과정이요, 내 삶의 운명인 걸을... 


그렇게 쏟아놓던 눈이 그친 후, 햇살이 눈부시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맑은 구름이 너무나 좋고 

반가움으로 다가오고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원망하며 비아냥 거렸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냥 즐거워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산골에서 사는 사는 사람의 

마음이고 갖춰야 하는 자세라서 그런 것일까? 


사실 이번 3박 4일간 내린 눈은 정말 제설작업이 

쉽잖았다. 물기를 잔뜩 머금어 축축한 습설, 너무 

오랜 시간동안에 한꺼번에 많이 쏟아놓은 폭설은 

정말 힘들게 했다. 바람돌이는 무용지물, 그러니 

넉가래, 눈삽으로 치워야만 했다. 넉가래도 많은 

눈은 밀리지가 않는다. 눈삽으로 한 삽 한 삽 퍼 

쌓이고 쌓여 눈언덕이 된 높은 곳에 퍼올리려니 

작업 속도가 더디다. 그렇게 제설작업을 마치고 

보면 통행을 해야하는 단지 곳곳은 온통 눈언덕 

오솔길이 나있다. 치울 때는 힘들었는데 오솔길 

모습도 그렇고 지나다니면 정겨움이다. 어디서 

이런 멋진(?) 눈길, 오솔길을 걸을 수 있겠는가? 


설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조촐하게, 너무 쓸쓸한 

차례를 모시고 이서방과 함께 제설작업을 했다. 

우리 길은 넉가래, 눈삽으로 퍼올려 염화칼슘을 

뿌려 녹여놓았다. 아랫쪽의 공용 길은 제설차가 

많은 눈을 밀어놓긴 했으나 뒷마무리 하지않은  

상태, 그냥 놔두면 영하의 기온에 얼어붙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명절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어제오늘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서방이 "형님! 우리가 뒷정리 하죠?" 

라고 했다. "그러세! 마을사람들에게 설날 선물 

하는 셈 치자구!" 그렇게 둘이서 자동차 바퀴가 

지나가는 부분만 대충 넉가래로 밀어놓은 다음 

염화칼슘을 잔뜩 뿌려 얼기직전의 길을 정리해 

놓았다. 가운데 눈은 어느 정도 지나면 녹는다.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이고 통행은 가능하니까 

별 문제는 안된다. 우리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치우지도 않은 길을 그것도 제설작업을 하는데 

자동차를 몰고 위험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꼴깝이라고 생각되었고 화가 나긴 했지만 

기왕 봉사하기로 했으니까 좋은 마음을 갖기로 

했다. 하얗던 길이 까맣게 아스팔트가 드러난 

길을 보며 "그래, 힘들긴 했으나 참 잘한거야!"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터벅터벅 걸어서 내려가 

멀리 고속도로 교각밑에 3박 4일 피설(避雪)을 

나가있던 효붕이를 몰고 집으로 올라왔다. 


이번 설은 폭설로 보고싶었던 아들도 오지말라 

했고 조카 딸내미와 영주 막네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쓸쓸하고 외로운 설날을 지내야만 했다. 

그랬는데 저녁에 스마트폰을 열어보던 아내가  

"어머? 막내 애기氏가 돈을 보냈네. 왠일이야?" 

라고 의아해 하며 곧바로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설 전에 미리 보냈어야 했는데 늦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도 그렇고 촌부도 뭐라 할 말 없었다. 

"언니, 오빠 함께 나가 맛있는 거 사드셔!"라는 

아우의 말에 그만 눈물이 찔끔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안계시니 큰올케, 큰오빠가 부모님의 

맞잡이라면서 우리 부부에게 참 잘하는 아우와 

매제이다. 막내와는 띠동갑이다. 초등학교 졸업 

다음날 우리의 결혼식이 있었고 아내는 막내를 

키우다시피했다. 그랬던 아우가 이젠 나이들어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잘한다. 

평소에도 참 잘하는데 올 설에도 적잖은 용돈을 

챙겨서 보내주어 뭐라 고마움을 전할 길이 없다. 

오는 봄부터 가을까지 산나물, 채소를 이따끔씩 

보내주는 것으로 대신을 해야할 것 같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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