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폭설로 아쉬운 설명절이 되겠네!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스무여드렛날
설연휴가 시작되었으나 대설특보 소식과 함께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이른 아침의 기온은 영하 2도에
머문다. 이번 눈은 폭설이고 어젯밤부터 시작이
되어 모레까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올겨울 들어
가장 긴 3박 4일간의 눈이고 폭설이라 하고 또
적설량도 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말 싫다!
어젯밤 늦게 바깥에 나갔다. 그새 소리없이 내린
눈이 땅바닥이 안보일 만큼 덮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들어와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가
밤 11시 30분, 아무래도 이번 설에는 산골집에
오지않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까 부담갖지말고
그냥 편히 푹 쉬라고 했다. 사실 우리는 기다렸다.
하지만 오고가는 길이 폭설로 인하여 험난할 것
같았고 운전하는 아들도, 집에 있는 우리 부부도
마음을 졸이게 될 것은 뻔한 것이라서 아쉽지만
오지말라고 한 것이다. 날씨 때문에 올 설명절은
쓸쓸하고 마음이 무겁다. 못내 아쉬워하는 아내,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아들, 눈을 쏟아붓는 하늘
원망하는 촌부이다. 설명절인데 눈이 내린다고
안가면 되겠냐면서 굳이 오겠다는 아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만류시켰다. 오면야 좋지만
우리가 좋자고 겨우 2박 3일 머무를 산골집으로
폭설을 뚫고 고생하며 오고갈 필요 있을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잘했구나 싶다.
어제 오전엔 날씨가 온화하여 일하기가 좋았다.
폭설 소식에 장작을 옮겼다. 지난번에 들여놓은
장작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 장작집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지만 눈이 내리거나 추운 날에는
귀찮고 번거롭다. 그래서 장작집에서 현관 옆의
다용도 창고로 미리미리 옮겨놓으면 참 편하다.
장작옮기기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비움과 채움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삶의 값어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단순히 자리만 옮겨놓는
것 뿐이지만 그 일, 그 속에서 큰 의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작을 옮겨놓으면 아주
편리하고 좋다. 이 정도면 거의 보름에서 3주쯤
땔감 걱정이 없어 좋고 오늘처럼 폭설이 내려도
아주 편하고 좋다. 반나절 고생으로 편할 수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폭설 소식에 또 한가지 의미있는 일을 서둘렀다.
명절이면 아들 녀석이 평소 고마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나누라며 보내준 자그마한 선물을 갖고
몇 집을 다녀왔다. 모두들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와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별 것은
아니지만 나눔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기쁨이다.
따스하고 순수한 정을 나누는 산골 사람들이다.
가는 집마다 그냥 보내면 안된다시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마음 또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투박하지만 맛있게 손수 빚은 만두를 주신 마을
형수님과 멘토 아우네 제수氏 , 찰옥수수로 손수
집에서 튀긴 구수한 강냉이 뻥튀기를 한 자루를
담아 챙겨주신 25년 멘토 어르신의 따뜻한 그
마음씀씀이를 가슴에 한가득 담아왔다. 참 좋다.
산골스런 정겨움이요, 살아가는 참맛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제 저녁무렵에는 갑작스레
둘째네의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서 청바지클럽
번개팅을 했다. 처제가 쭈꾸미볶음에다 국수를
삶아 함께 먹자고 부른 것이다. 고즈넉한 산골의
저녁은 즐거웠다. 정해놓은 시기가 없는 모임,
특별함은 없어도 서로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모임이다.
치과치료 때문에 술을 못마시는 촌부지만 내가
못마신다고 술을 내놓지않을 수는 없는 것이라
소주 두 병을 내놓았더니 술을 꽤 즐기는 이장은
큰형님이 술을 안드시니 술맛이 안난다며 겨우
두 병도 다 못마시고 남기는 것이었다. 사정상
제수氏가 함께 못왔다며 멘토 맥가이버 아우가
커피를 사겠다고 했으나 이장이 한발 앞서 샀다.
또한 처제가 영주 막내네 사과를 깎아 후식으로
나눠먹고 다들 설명절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이렇게 우리들의 산골살이는 외롭지 않고 정다운
이웃의 정을 듬뿍 느끼며 살아가는 산골살이다.
눈발이 점점 더 굵어져 함박눈이 내린다. 이번에
내리는 눈은 또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서
제설작업이 만만찮을 것만 같다. 습설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보기는 너무좋은 설경을
만들고 있다. 그 아름다움, 그 멋짐 속과 이면에는
산골사람들의 애환이 한가득 들어있는데 말이다.
고생할 땐 하더라도 지금은 그냥 멋지구나 하며
설경을 바라보며 즐기고 있다. 고향찾아, 부모님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무사 귀향 바라는 마음과
아들의 귀가를 만류한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는
그런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