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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설명절이 다가옴을 느끼며...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스무나흗날 


어제부터 설연휴까지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었던 예보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것 같다. 한 자릿수였던 어제 아침과는 다르게 

오늘 아침은 또다시 두 자릿수 영하 12.5도를 

기록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렇긴 하지만 

바람이 없고 잠잠해 그다지 추운 느낌은 없다. 

생각컨데 내일 오후부터 긴 설연휴가 시작되어 

아랫쪽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는 귀성차량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모처럼 한낮 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올라 

잔뜩 쌓여있던 눈이 눈에 띄게 꽤 많이 녹았다. 

지붕위에 쌓였던 눈이 가장 많이 녹은 것 같다. 

하우스 비닐로 지붕을 씌워놓은 다용도 창고와 

장작집의 눈은 그대로 증발을 하는 것이 아니고 

햇볕을 받아 경사면을 따라서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장독대, 옥향을 비롯하여 각종 

조경수가 잔뜩 이고있던 눈도 꽤나 많이 녹았다. 

이렇게 햇볕은 우리도 모르게 눈을 녹이고 있다. 


학교에 일을 다녀온 아내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뭘 하는가 싶어 가봤더니 

고향 남해에서 이종사촌 아우가 보내온 보물초 

시금치를 다듬고 있었다.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또하나의 과도가 놓여있었다. 말은 안해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함께 다듬자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금치를 다듬었다. 그런 다음 시금치를 데쳐야 

한다고 하여 브루스터, 대형솥을 준비해 주었다. 

몇 번 데치고 씻어 200g씩 소분하여 냉동고에 

보관해 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면 그때그때 꺼내 

손쉽게 먹을 수 있단다. 겉에는 남해 시금치라고 

써붙여 놓았다. 시금치를 무척 좋아하는 아내의 

시금치 갈무리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옆에서 

촌부도 손을 거들었기에 먹을 자격 주어지고... 


택배로 선물 오는 것을 보며 설명절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어제 늦은 오후 카페에서 처제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아들 녀석이 보낸 선물이 

잔뜩 왔다고 했다. 내려가보니 명절이면 챙겨서 

보내는 선물이 3박스 와있었다. 평소 고마우신 

마을분들께 드릴 선물과 엄마와 이모들에게 줄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이렇게 보내주는 아들이 

고맙다. 변변찮은 아비라서 미안하기도 하고... 

지나온 25년 세월,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오면서 그동안 마을 몇몇 분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그런 분들께 최소한의 

성의를 표하고 보답을 하고자 명절엔 자그마한  

선물을 하고 있다. 서로 부담이 없는 범위내에서 

정을 전하는 것인데 어느 해부터 아들 녀석이 그 

선물을 마련하여 보내주고 있다. 나이든 아비가 

경제활동에서 은퇴후 아비를 도와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침에 카페에 내려갔던 이서방이 밤새 선물이 

도착한 것 같다며 갖다놓고 갔다. 누가 보냈을까 

하고 봤더니 후배가 보내온 선물이었다. 박스를 

뜯었더니 고급 와인이 나왔다. 촌부에게는 아주 

과분한 선물이다. 그 옛날 광고회사 시절 정이사, 

장대표와 압구정 와인바를 다니던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땐 그래도 어느 정도 여력이 있어서 

와인을 좀 즐겼지만 촌부로 살다보니 그럴만한 

여건이 안된다. 그저 소주와 맥주로 쏘맥을 말아 

반주를 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여긴다. 이런 촌부 

마음을 헤아려 챙겨주는 후배가 너무나 고맙다. 

후배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고 그 옛날을 추억 

하는 시간을 가져보며 와인을 즐기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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