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의 가계부
2025년 1월 3일 금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초나흗날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희생이
되신 분들의 유해가 모두 수습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정부는 내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하여
나라와 국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집행에 대한 뉴스가 연일 떠들썩이다. 어서빨리
모든 상황들이 수습되어 나라의 안정, 국민들의
일상이 평온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추운 겨울날 이런저런 나라 사정이 혼란스럽다.
한파도 연일 이어진다. 어제보다 더 심한 추위,
영하 15도의 아침을 맞이했다. 혼란도, 추위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고 평온과
함께 따뜻한 봄날이 우리곁에 오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오늘날과 같은
혼란을 잘 종식시켜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내의 가계부를 화두로 삼아보려 한다.
지난 연말 어느날 늦은 밤에 도시에서 살고있는
아들 녀석이 갑자기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전화를 했더란다. 한밤중인데 주무시지도 않고
뭐하냐고 물었단다. 가계부 쓴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 아직도 가계부를 쓰고 있느냐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우리 엄니 대단해요! 자랑스러워요."
라고 했단다. 맞다, 정말 대단하긴 하다.
아내의 가계부 쓰기는 1984년부터 시작됐다.
결혼 3년만에 10평 짜리 주공아파트를 구입,
분가를 하면서 가계부 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까 올해로 41년째이다. 서재에 일렬로
차곡차곡 꽂혀있는 지난날의 가계부는 우리집
가계수지는 물론 집안의 역사가 아내의 수기로
기록이 되어있는 보물이라고 해도 과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내처럼 41년 긴 세월 한
해도 빠짐없이 가계부를 기록하고 있는 주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아들 녀석이 했던 그
말처럼 정말 대단하다. 달리 표현을 하면 아주
대단한 끈기와 인내, 그리고 알뜰한 근검절약
정신과 실천하는 모습을 긴 세월 지켜봐왔기에
그 어떤 칭찬의 말이나 표현도 아깝지가 않다.
요즘같은 스마트폰 시대, 아내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가계부를 쓴다. 꼭 수기를 고집한다.
또한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판을 사용한다.
두뇌회전에 좋다고... 그 옛날에는 여성잡지의
부록인 가계부를 사용했다. 그 당시 광고회사에
재직중이라서 연말이면 손쉽게 가계부를 구할
수가 있었다. 퇴직후에는 후배가 해마다 늘 챙겨
주어 고맙게 잘 쓴다고 좋아했었다. 해가 지나고
세월이 흘러서 종이책 가계부는 점점 잊혀졌다.
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그 다음부터는 공책를
사용하여 가계부 기록을 하고 있다. 이따금씩
아내의 가계부를 보면 영수증과 함께 빼곡하게
기록을 해놓은 것이라서 감탄과 감동 그 이상의
느낌이 든다. 아내의 이런 근검절약으로 인하여
오늘날 우리집 가계를 유지하고 이어온 것이라
여겨진다. 그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농협에서 가계부를 한 권 구해놓았다.
어젯밤에도 가계부를 펼쳐놓고 영수증을 살펴
가며 볼펜으로 하나하나 기록을 하더니 주판을
튕겨가며 계산하고 기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일 일기는 당신 가계부 쓰기를 화두로 삼아
써볼까 싶은데..."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여보시오! 창피하게 그러지 마시오!"
라고 하면서 사진찍기를 한사코 사양을 했다.
더 이상 고집을 하면 불벼락이 떨어질 것 같아
포기하고 서재에 꽂혀있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어찌되었거나 아내의 가계부는 우리집의
가보(家寶)임이 분명하고 틀림이 없음이라서
아내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오늘 또 팔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