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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 사람들의 새해 맞이  


2025년 1월 2일 목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초사흗날 


새해 이틀째 날이다. 

여전히 한파는 이어진다. 

영하 12도, 꽤 추운 아침이다. 

이른 아침이면 늘 그랬듯이 난롯불부터 지폈다. 

난롯불 열기에 이내 훈훈해지는 느낌이 참 좋다. 


새해 첫날 아침, 

아내가 바우골 형수님을 모셔오라고 했다. 

팔순에 가까운 분이신데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새해를 맞는 것이 짠하다며 함께 떡국이라도 

끓여먹자고 했다. 괜찮다고 사양을 하시더니 

아내의 간곡한 청에 끝내 못이겨셨는지 오셨다. 

떡국으로 새해 첫날 아침식사를 하고 식혜로 

후식을 하여 너무나 좋아하셨고 고마워하셨다. 

바우골 형수님은 아내의 사촌 올케 언니이다. 

오래전 우리가 땅을 소개하여 세컨 하우스를 

짓었고 텃밭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소추 사태에 설상가상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나라는 

혼란과 슬픔을 안고서 새해를 맞이했으나 이곳 

산골 사람들은 마음이야 여느 국민들과 다 같은 

생각이지만 그래도 평온하게 일상을 이어간다. 

늦은 오후, 카페에 내려가봤더니 아내와 처체, 

송이 엄마가 벽난로 앞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고 정겨웠고 

산골스러움이라서 보는 촌부 마음도 흐뭇했다. 


해가 넘어가고 어두어둑해질 무렵에 송이네가 

갑작스레 청바지클럽 번개팅을 제안, 소집했다. 

이미 모든 모임 준비를 해가지고 온 것이었다. 

사연인즉슨, 송이엄마 친구가 포항에서 사는데 

과메기와 홍어회를 보내왔다고 모든 부재료와 

케익, 치킨까지 배달을 시켜와 아주 푸짐했다. 

승현네가 사정이 있어 참석 못해 아쉽긴 했다. 

집에서 소주를 갖고갔고 이서방은 고급 와인을 

내놓았다. 그런데 과메기 못먹는 아내와 처제, 

홍어회를 못먹는 이장 송이아빠와 태영 삼촌은 

난생처음 큰맘 먹고 이색적인(?) 먹거리 도전을 

하여 모두 응원하며 한바탕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긴 홍어회와 과메기는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서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으나 본인들 

스스로 먹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나 우스쾅 

스러웠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에 송이엄마가 또다른 

이벤트라며 케익 조각에 가느다란 초를 꽂아서 

한 집에 하나씩 주며 새해 소원을 빌자고 했다. 

각자 앞에 놓인 케익 조각에 촛불을 켜고 두 손 

모아 나름의 소원을 빌었다. 다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모르지만 촌부는 지금처럼 평온한 

삶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이런 일상이 쭈욱 

이어지기를 빌었다. 그렇게 손뼉을 치며 새해 

맞이 번개팅을 이어갔다. 칠순이 된 촌부더러 

칠순 잔치를 해야할 것 아니냐고 하여 회갑이 

되는 이장과 함께 잔치를 하자고 의견 모았다. 

산골 사람들은 이렇게 오손도손 함께 조촐하긴 

하지만 정겹고 즐겁게 새해 맞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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