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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 사람들의 소확행(小確幸)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열엿샛날 

 

어느덧12월도 보름이 지나고 머잖아 연말이 

다가온다. 보름 지나면 새해로 넘어가게 된다. 

언젠가부터 너무 자주 중얼중얼 지껄이는 말, 

"아구야, 세월이 참말로 빠르게 흐르네." 라며 

세월감이 너무나 아쉬워 궁시렁거리는 촌부다. 

흔히들 하는 말, '세월 흐름의 속도감은 나이와 

비례한다.'라고 말한다. 생각컨데 그 말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느낌상이긴 해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듯함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오늘은 또다시 꽤나 

춥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13도, 늦은 밤부터 

또 눈소식이 있다. 한동안 눈이 뜸하다 싶더니 

이제 본격적인 겨울의 모습이 되려나보다. 

 

어제 아침나절 지난번 첫눈이 폭설로 시작한 

이후 올겨울 들어 두 번째로 바람돌이를 꺼내 

짊어졌다. 이른 아침 잠시잠깐 내린 눈이지만 

한낮으로도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는 요즘이라 

치우지 않으면 그냥 길바닥에 얼어붙어 낭패를 

당할 수가 있어 대충이라도 눈을 치워야 한다. 

양도 적을 뿐더러 습설이 아니라서 바람돌이로 

불어 버리면 된다. 넓은 주차장부터 치워놓고 

경사가 심한 330m의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모두 다 치웠다. 이미 자동차가 내려간 자국이 

있고 미끄러진 흔적도 몇 군데 보였다. 아무리 

적게 내린 눈이라도 경사가 심한 비탈길에서는 

4륜도 위험하다. 그래서 제설작업을 해야하는 

것인데 그냥 다니는 사람은 간도 크구나 싶다. 

촌부는 아예 눈소식 있으면 자동차를 아랫쪽에 

내려다 놓는다. 걸어서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오늘 저녁무렵 

자동차 효붕이를 아랫쪽 길가 고속도로 교각밑 

안전한 곳에다 또 외박을 시켜야만 할 것 같다. 

 

어제 오전, 마을 맥가이버 아우가 전화를 했다. 

"형! 저녁때 특별한 스케줄 있나요? 없으시면 

집에서 감자부치기나 함께 먹을까 싶은데..." 

라고 했다. 별 일이 없다고 했더니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청바지클럽 회원들에게 

의사타진을 하는 듯했다. 곧바로 문자가 왔다. 

'오후 4시쯤에 우리집으로 내려오세요.' 라고... 

부부가 이곳 평창 원주민이라 감자요리를 아주 

맛있게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청춘은 바로 

지금을 줄여서 청바지클럽이라고 하여 마음 잘 

맞는 다섯 집이 이따금씩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별식을 하거나 

하면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모여 즐기곤 한다. 

이런 정겨움이 산골살이의 맛이요, 멋이다. 

 

시간을 맞춰 내려갔더니 집안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감자부치기만 부쳤는가 했더니 아주 

잔치상을 한상 차렸다. 감자옹심이, 감자송편,  

무골 닭발볶음에 이장이 가져온 생선회까지... 

소주, 맥주, 막걸리를 갖다놓고 취향껏, 마음껏 

마시란다. 안주가 좋으니 쏘맥부터 시작했다. 

워낙 이것저것 많이 먹어 배가 불러 나중에는 

소주로 아주 천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셨다. 운전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꽤나 많이 

마셨지만 맛있는 음식에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맛있게 마셔서 그런지 취기가 없었다.  

다가오는 25일, 크리스마스에 송년회를 겸하여  

만나기로 하고 맥가이버 아우네의 감자부치기 

번개팅을 끝냈다. 도시 사람들이 보면 '별 것도 

아니구만!' 이라고 하겠지만 옹기종기 살아가는 

우리 산골 사람들의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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