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하나뿐인 아들 생일인데...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열나흗날 

 

이날 평생 아침형 인간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여느날 보다 

더 일찌감치 잠을 깼다. 새벽 4시 15분이었다. 

아내가 늘 챙겨놓는 자리끼를 한 모금 마시고 

더 잘까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누웠는데 

눈이 감기지 않고 말똥말똥,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서녘에는 동짓달 

열사흗날 환한 달이 둥실 떠있다. 묵은 달이다. 

새벽달을 보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다. 꽤 춥다. 

자그마한 손전등 들고 목공실 온도계를 봤더니 

영하 13도, 부랴부랴 난롯재를 비우고 곧바로 

장작을 가득 넣고 난롯불을 지폈다. 참 따시다! 

 

주말이라서 일을 나가지 않는 날, 벌써 며칠째 

붙잡고 있는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이내 놓고 

일기부터 써야지 하다보니 오늘 12월 14일은 

하나뿐인 아들 녀석의 마흔네 번째 생일임을 

알았다.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카톡문자를 

보냈다. 올해 또 혼자 생일을 맞이하게 하는 

아비의 마음을 전했다. 며칠전 아내가 생일에 

우리가 올라가 밥이라도 함께 먹으면 어떨까 

하고 물었더니 다음주까지는 시간을 뺄 수가 

없을 만큼 일이 바쁘다고 했단다. 요즘 시대에 

직업상 바쁜 것은 그나마 좋은 일이라고 하며 

시간 허락하는 때에 집에 오든지 아님 우리가 

올라가기로 했다며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24년전에 대학생인 아들 녀석을 혼자 도시에 

남겨두고 우리는 산골살이를 한다며 이곳으로 

왔다. 너무 일찍, 빨리 독립을 시킨 것 같다며  

아내는 늘 마음 아파했다. 어쩌면 우리 살자고 

하나뿐인 아들 녀석을 강제 독립시킨 결과라고 

할까? 그래도 녀석은 혼자 씩씩하게 올바르게 

잘 성장했고 어엿한 모습으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어 너무 고맙다. 다만 한가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도 혼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참 잘하는 아들, 

팔불출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아들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 지난 24년 세월, 거의 매주 

토요일 저녁무렵에 꼬박꼬박 안부전화를 한다. 

비록 하나뿐인 자식이고 일찍 독립을 시켰지만 

남부럽지 않은 아들이라서 우리는 참 든든하다. 

아내도 축하문자를 보냈다고 하더니 일찌감치 

아들 녀석이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전화를 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하더니 

어미, 아비를 닮아 아침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우리가 올라가든지 아들이 

집에 오든지 함께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우리 아들 

생일날인 오늘, 축제의 날이었으면 더 좋겠다. 

 

20241214-1.jpg

 

20241214-2.jpg

 

20241214-3.jpg

 

20241214-4.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656 촌부의 단상-폭설에 이어 한파가... file 2024.11.29
655 촌부의 단상-신기하고 오묘한, 겁나는 자연현상 file 2024.11.30
654 촌부의 단상-기쁜 마음으로 11월을 보내고... file 2024.12.01
653 촌부의 단상-아내의 고운 마음씀씀이 file 2024.12.02
652 촌부의 단상-비우고 채우고... file 2024.12.03
651 촌부의 단상-비상계엄, 이게 뭔 소리여? file 2024.12.04
650 촌부의 단상-하루종일 온나라가 떠들썩... file 2024.12.05
649 촌부의 단상-자연인이고 싶은 사람이라서... file 2024.12.06
648 촌부의 단상-호박고지 만들기 file 2024.12.07
647 촌부의 단상-갑진백오적(甲辰百五賊) file 2024.12.08
646 촌부의 단상-횡설수설, 촌로(村老)의 생각 file 2024.12.09
645 촌부의 단상-겨울철엔 방어회를 먹어야... file 2024.12.10
644 촌부의 단상-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 file 2024.12.11
643 촌부의 단상-참 희안한 날이었다. file 2024.12.12
642 촌부의 단상-효붕이 꼬까옷 입었네! file 2024.12.13
» 촌부의 단상-하나뿐인 아들 녀석 생일인데... file 2024.12.14
640 촌부의 단상-효붕이 목간하던 날에 탄핵소추 가결 file 2024.12.15
639 촌부의 단상-산골 사람들의 소확행(小確幸) file 2024.12.16
638 촌부의 단상-나뭇꾼이 되었소이다! file 2024.12.17
637 촌부의 단상-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file 2024.12.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