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참으로 희안한 날이었다.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열이튿날
여기 산골에서 영하 8도의 기온은 겨울 날씨
치고는 낮은 것이 아닌 거의 평상적인 것이다.
지금이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많이 높아지고
눈도 예전만큼 자주 내리거나 많이 쌓이는 건
아니다. 지난번 폭설로 많이 내린 첫눈 이후로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갑작스레 눈발이 흩날리면서 예보에는 밤사이
5cm가량 쌓일 것이라 했다. 다행히 안내렸다.
눈에 대한 이야기는 일기 끝무렵에 다시 하자.
산골에서 살다보면 별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희안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안절부절하는
때가 생기곤 한다. 어제 하루가 마치 그런 날이
아니었나 싶어 우리가 그럴 때 흔히 쓰는 말과
속담을 찾아놓고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머피의 법칙
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꼬여만 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뜻으로,
난처한 일이나 불행한 일이 잇따라
일어남을 이르는 말
●꿩 대신 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비유하는 의미의 속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어떤 것에 한번 혼이 나면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지레 겁을 집어먹게 될 때 쓰는 속담
어제 아침나절 보건진료소에서 65세 이상의
주민들 중에서 강원헬스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을 상대로 두뇌건강 인지검사를
한다고 했다. 어느 의료기관에서 나와 검사를
실시했다. 터치방식이라 별 어려움은 없었으나
프로그램이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었는가 싶다.
옆에 서서 방법을 알려주던 젊은 관리자도 너무
순조롭게 정확게 잘한다면서 칭찬을 했었는데
오작동을 하여 그런지 결과는 기대치 이하였다.
믿음이 안간다고 하며 나오며 기분이 별로였다.
학교에 제출할 건강검진을 해야한다는 아내를
데리고 진부의 지정기관 내과의원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의사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꽤 큰 의원인데 시골이라서 그런지 환자는 꽤나
많은데 진료에다 검사까지 혼자서 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조금전 보건진료소에서 좀 언짢은
기분으로 나왔는데 설상가상, 기분이 또 상했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 점심때가 되어 아내가 함께
일하는 분들이 속사에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을 소개했다며 거기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우리가 간 어제 수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팻말이
걸려있었다. 맛집이고 뭐고 그냥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장평에서 이따금씩 가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나 한 그릇씩 하자고 했다.
이런이런, 그 집도 휴무라고 문이 닫혀있는 것
아닌가? 아내와 둘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오늘 왜 이러냐? 머피의 법칙에 걸렸나봐?"
아내가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촉박했다. 아내가
그냥 백반 잘하는 집에서 먹자고 하여 그 집에
갔는데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가득,
아마도 한바식당인 듯하여 그냥 나와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언젠가 함께 일하는 형님 두분과
소주 한잔하러 갔던 국밥집에서 소머리국밥과
돼지국밥으로 한 끼를 떼웠다. 아내는 난생처음
소머리국밥을 먹었단다. 고기는 먹지않고 전부
촌부에게 건네주고 국물에 말아 대충 먹었으나
촌부는 2인분 고기로 배터지게 아주 잘 먹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 맞는걸까?
그뿐인가? 밤에 눈소식이 있다고 하여 자동차를
아랫쪽 고속도로 교각 부근에 두고 걸어서 왔다.
힘이 들어도 그게 안전하고 안심이 된다. 아침에
일찍 일하러 나가려면 어쩔 수 없는 유일한 방법,
미끄러운 눈길은 위험천만, 절대 운행불가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일기예보가 빗나갔다.
눈은 커녕 새벽 별이 총총,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하늘이 "네 이놈, 촌부야! 또 속았지?"라고 하며
놀리는 것 같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어제 오후에 잠시 흩날리던 눈과
눈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겁을 먹고 아랫쪽에다
자동차를 내려놓았으니 말이다. 이래저래 아주,
정말 희안한 날이었으나 하루종일 고생했다며
저녁에 아내가 갈치무우조림을 해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반주로 소주도 곁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