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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내의 고운 마음씀씀이 

 

2024년 12월 2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초이튿날 

 

"쉬는 날은 늦잠 좀 자면 안돼?" 

"평생 몸에 밴 버릇이고 습관인데 우짜노?" 

촌부의 잠버릇 때문에 아내와 나누는 대화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한 

것이 촌부의 잠버릇이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아침형 인간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이 버릇은 

자식이라서 유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에 

작고하신 아버님의 습관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버님께서 살아생전 그러셨다. 아무리 늦게 

주무셔도 새벽이면 일어나셔서 꼼지락 거리는 

소리에 온집안 식구의 아침잠을 늘 깨우셨다. 

이런 아버님의 버릇을 이어받은 것이 좋은 것 

인지 아니면 나쁜 습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몸이 반응하는 그대로인지라 지금껏 이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늦잠을 모르는 촌부, 오늘도 꽤 

이른 시간에 일어나 가장 먼저 날씨 체크하고 

난로재를 치우고 난롯불부터 지펴 밤새 식은 

실내공기를 뎁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12월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기온 

영하 2도, 겨울날 치고는 꽤나 포근한 날씨다. 

문득 지난해 일기를 뒤져봤더니 같은 날, 작년 

오늘 12월 2일 기온은 영하 16도라고 기록이 

되어있다. 어쨌거나 따스한 겨울이 좋긴 하다. 

 

어제 아침나절 아내가 냉동고에서 잣을 꺼내 

난롯불 앞에 펼쳐놓았다. 산에서 주워온 잣을 

송진이 덕지덕지 잔뜩 묻은 잣송이에서 꺼내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 버니를 벗기지않은 그 

상태로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꺼내 말린 다음 

버니를 벗기면 우리가 먹는 잣알갱이, 백잣이 

되는 것이다. 잣 갈무리는 과정이 많을 뿐더러 

손이 많이 가는 힘든 공력을 필요로 하는 것, 

아무래도 그래서 잣이 비싼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 세월 우리는 비싼 잣을 사먹지는 않았다. 

산에서 주워온 잣송이를 일일이 손질을 하여 

자급자족을 한다고 할까? 어쨌거나 잣을 아주 

원없이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산골살이의 

특혜이면서 보람이 아닐까 싶다. 

 

전날 고향 보물섬 남해産 유자로 정성껏 담근 

유자청을 크고작은 병에 옮겨 담았다. 유자만 

11kg, 동량의 설탕으로 버무렸으니 결국에는 

22kg이 되는 양이다. 일단 집에 있는 병이란 

병은 다 꺼내 담았다. 아내는 이미 어디어디에 

나눔을 할 것인지 머리속에 계산을 한 듯하다. 

병이 모자란다며 병을 사오기전에 일단 커다란 

용기에 담으라고 했다. 마나님의 분부 받을어 

시키는대로 해놓았다. 늦은 오후 적당한 크기 

세 병을 쇼핑백에 넣더니 어디론가 가려는지 

"이기사! 효붕이 대기시켜! 유자청 나눔하러 

 가야해!"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함께 

사는 둘째네에게 주며 먹고 더 갖다 먹으라고 

한 것이 첫 번째 나눔이다. 바우골의 처남댁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이웃 마을 두 집에 나눔을 

했다. 모두들 유자청을 만드는 과정이 쉽잖은 

것인데 너무 고맙다며 좋아했다. 병을 더 사와 

나머지도 나눔을 할 것이라는 아내의 모습은 

물론 그 곱디고운 마음씀씀이가 너무나 좋다. 

 

이런 아내를 위해 촌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주 소소한 것 뿐이다. 폭설이 내린 요며칠은 

아내가 운동을 못했다면서 궁시렁거렸다. 거의 

매일 걷기운동을 하는 아내, 눈 때문에 운동을 

못해 발이 꽤나 근질근질한 눈치였다. 그 정도 

눈치는 알아채는 촌부, 눈삽을 들고나가 밭가 

길에 잔뜩 쌓인 눈을 치워 길을 터놓았다. 마치 

눈속의 오솔길 처럼 보인다. 눈을 치우는 것을 

본 아내가 나와 고맙다고 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으쓱거리면서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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