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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기쁜 마음으로 11월을 보내고... 

 

2024년 12월 1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초하룻날 

 

오늘은 새로운 달이자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달력을 넘겼다. 달랑 한 장 남는다. 

허구헌날 입에 달고 사는 말을 또 중얼거린다. 

"아따야! 세월 참말로 빠리네. 좀 찬찬이 가모 

 좋을 낀데 와 이리 내빼삐는지 모른다쿤께." 

 

12월 첫날, 

오늘 설다목(雪多目) 산골의 아침은 

꿈속에서 보는 듯한 너무 몽환적인 정경이다. 

지난 폭설로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는 설경에 

가시거리가 불과 100m도 안되는 듯 안개가 

자욱하다. 겨울날 모습인데 봄날처럼 온화한 

날씨라고 할까? 기온은 쑥 올라가 영하 2도... 

짙은 안개로 몽환적인 정경, 설경에 취해있던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지난 사나흘 

진입로, 주차장, 중앙통로 제설작업에 신경을 

쓰느라 집주변은 뒷전이었다. 전날 보일러실 

가는 뒷켠을 치운데 이어 오늘 아침 앞마당과 

데크, 현관입구, 목공실 가는 길, 장작집 주변, 

작은밭에 이르는 길의 눈을 대충 치워놓았다. 

 

11월의 끝날, 

아내는 고향 보물섬 남해産 유자로 유자청을 

만들었다. 사나흘 눈 때문에 하지못한 일이다. 

아주 튼실하고 때깔 좋은 유자라서 흡족해했다. 

촌부가 돕다가 처제에게 인계하고 제설작업을 

하고 왔더니 거의 끝무렵이었다. 유자청을 담는 

일은 과정이 꽤 번거롭다. 유자를 4등분한 다음 

과육에서 씨앗을 빼내고 껍질의 흡집을 도려낸 

다음 잘게 채썰어야 한다. 무려 14kg 남짓했던 

유자가 씨앗과 흡과를 제거했더니 11kg이다. 

설탕을 동량으로 붓고 버무려 놓았다. 집안이 

유자향으로 가득하고 향긋해서 좋다. 이렇게  

담근 유자청은 아우들을 비롯해 친구, 지인들과 

나눔을 할 것이라며 아내가 너무너무 좋아한다. 

남해 유자는 무농약으로 길러 크기도 그렇지만 

상태가 아주 좋다. 향은 말할 것도 없고 품질이 

최상품이다. 애써 농사를 지은 친구와 부군이신 

선배님의 정성이 느껴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어제는 또 기쁜 일이 있었다. 

전날 밤에 꽤 내린 눈을 이서방과 함께 치우며 

아랫쪽 진입로에 내려갔더니 이웃 마을에 사는 

분이 트렉터 비슷한 제설용 장비로 제설작업을 

하지않아 꽁꽁 얼어붙어 빙판이 된 아랫쪽 길을 

치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날 반상회에 왔던 

우리보다 젊은 부부가 있었다. 안면이 있었다. 

이웃 마을에 사는데 아랫쪽 펜션을 구해 영업을 

할 예정, 이사도 올 것이라며 인사次 왔다고... 

이웃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펜션 관리를 한다고 

했다. 천만다행 올겨울부터 제설작업을 맡아줄 

수 있다고 했는데 그새 와서 치우지않은 아랫쪽 

길을 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말썽 많은 

아랫쪽 골칫거리 제설작업이 이 분들로 인해 

해결됐다. 기쁜 마음에 우리 두 동서가 말끔히 

뒷정리를 했다. 24년간 묵은 체증이 한 순간에 

쑥 내려가고 해소된 느낌이라고 할까? 너무나 

좋다. 앞으로는 제설작업 때문에 마음 고생에 

몸고생은 없을 것 같다. 고마운 이웃이 생겼다. 

그들 부부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기쁜 일도 있구나 싶다. 

 

12월 1일, 

오늘은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아내가 우리만의 기념일로 삼아 살자고 했다. 

핑겨삼아 산골가족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들 바쁘단다. 영주 막내네는 

눈이 내려서 과수원 일이 바쁘고 아들 녀석은 

시험기간이라 틈을 낼 수가 없이 바쁘다고... 

식사가 대수인가? 생업이 중요하니까 이다음 

서로 알맞은 날에 모이기로 했다. 그렇긴 해도 

남는 것이 시간인 우리 부부와 둘째네 부부만 

함께 나가 간단하게나마 식사를 하고 오려고 

한다. 의미있는 날을 그냥 보내가 서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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