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살이는 어느 정도 만능이어야...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열닷새 보름날
어제 초저녁에 비가 조금 내렸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기온이 여느날에 비하여 꽤 높다.
영상 7도, 초겨울인가 했더니 늦가을 날씨다.
한 사나흘은 이렇게 따스하다가 다음주부터는
추위가 몰려올 것이란다. 추워지기전에 실컷
이 계절을 만끽해야겠는데 뭘하며 즐길까?
오래전 전원생활을 꿈꾸며 먼저 시작하신 분들
일상을 책으로 읽었다. 그때 거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전원생활은 이것저것 응급조치를 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만능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며 대충 스쳐가는 듯했다. 허나
실제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그때서야 그 말들을
실감하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업자를 부르면 곧
바로 달려오지만 산골에서는 그게 그리 쉽잖다.
그래서 이것저것 온갖 일들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기도 하고 혼자 독학으로 습득하기도 했다.
그렇게 23년이 지나고 햇수로 24년째, 이제는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은 이것저것 할 줄
안다. 전원생활 선배들이 말한 '못하는 것 없이
반은 만능'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산골살이를 하는 세월이 오래되어 조금씩
문제가 생기곤 한다. 아내가 2층 욕실 창문에
틈이 생겼다며 실리콘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
그러마 하고는 차일피일 미뤘더니 하는 말씀,
"바깥일은 득달같이 해치우면서 집안일은 와
안하고 미루는지 몰라? 추워지는데 찬바람이
들어오면 되겄나, 안되겄나 말이다."라고 하며
화를 벌컥 내는 것이 아닌가? 더 미루었다가는
날벼락이 날 것 같았다. 부랴부랴 철물점에서
욕실용 실리콘을 사다가 틈새에 쏘아 메꿨다.
또다른 틈새가 있는지 살펴서 마무리를 했다.
아내가 "수고했구만! 진작 할 것이지!"라면서
웃었다. 앞으론 미루지말고 제깍제깍 해야겠다.
기왕 일을 시작했으니 아내가 집에 없는 사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저녁무렵에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어 지붕 물받이 청소를
하기로 했다. 집양쪽에 팥배나무가 한 그루씩
서있어 이맘때면 꼭 물받이에 떨어진 낙엽을
치워야만 한다. 이 일은 긴 사다리를 펼쳐놓고
올라가 손으로 꺼내야한다. 단순한 일이기는
하지만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라 조심해야
한다. 그냥 놔두면 낙엽이 썩기도 하고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고 넘치기도 하여 불편하다.
낙엽을 꺼내놓고 보니 양이 엄청나다. 낙엽은
그냥 버리지않고 마대에 담아 밭고랑에 갖다
뿌려놓았다. 거름이 되어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일거양득(一擧兩得)
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물받이 청소 시험을
하려는 듯이 저녁무렵에 잠시 비가 내렸다.
늦은 오후 대구 김진수 시인으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다. 73편의 주옥같은 詩를 보듬은
첫 시집, '사랑하며 기도하며' 이다. 섬세하고
사람 살아가는 내음이 듬뿍 담긴 시집이었다.
김진수 시인은 2017년 이맘때 늦가을 함께
'푸른문학'을 통해 등단을 한 등단 동기이다.
김 시인은 시인으로, 촌부는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지금껏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문우이다.
촌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제대로 문학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김진수 시인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진정한 문학인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집을 받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시집을 읽었다.
73편의 詩 중에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 촌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이란 생각이 들어 기뻤다.
마음 깊이 감동을 느끼면서 시집 출간을 축하
드린다. 가까우면 만나 축하의 소주잔이라도
기우리고 싶은데... 조만간 한번 만나야겠다.
김진수 시인의 시집,
'사랑하며 기도하며' 중에서
'일기' 라는 시를 옮겨본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늘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되새겨 본다
그들과의 만남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본다
의미를 부여하면 뜻있는 하루가 쌓이고
그냥 지나치면 무의미한 하루로 남는다
늘 일기장을 가득 채우는 건
사람들과의 만남
거기에 의미를 담는 것
그로 인해 내 삶이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