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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2024 농사 끝~!!!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초이튿날 

 

평소와 똑같은 기상시간이었지만 

주말이고 쉬는 날이라 늑장을 부렸다. 

늘 똑같은 습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하루쯤은 어긋남이면 어떨까 했다. 

그런데 이놈의 촌부는 잠시잠깐 생각일뿐, 

그 습관, 그 버릇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어라? 추울 것이라고 하더니만 춥지않다. 

기온은 무려 영상 13도까지 쭈욱 올랐고 

살랑이는 바람이 낯짝을 간지럽혀도 전혀 

쌀쌀한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상쾌함이다. 

하늘은 먹구름이 오고가는 듯하고 내리던 

서리도 멈췄다.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일까? 

아무튼 우리네 서민들은 따스함이 으뜸이다. 

전혀 11월 초순같은 날씨가 아닌 오늘이다. 

오늘은 이렇게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식물원의 가을 또한 서서히 마무리할 채비를 

하는 듯했다. 이틀 쉬고 나갔더니 그새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들었던 

단풍은 죄다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나무들은 앙상하게 벌거벗은 나신(裸身)이다. 

숲도 훵해졌다. 그런 모습, 그런 풍광에 이제 

짧은 가을도 떠나갈 채비를 하는구나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식사후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다. 아내가 주말에 김장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 청갓 수확을 해야겠구나 싶어 준비를 

했다. 준비물이래야 별 것 없다. 캐는 도구 칼, 

담을 큰 플라스틱 박스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주 실하게 잘 자란 청갓, 흐뭇하고 뿌듯했다. 

칼보다 가위가 나을 것 같았다. 뿌리 윗부분을 

싹뚝 잘라 진입 떼어내고 담으면 그걸로 끝~ 

겨우 한 이랑뿐인데 손질을 하며 수확했는데 

엄청 많다. 집에 온 아내가 둘째네 나눠주고 

남은 것을 다시 손질하며 씻더니 너무 많다며 

내년에는 제발 조금만 심으라면서 성화였다. 

어찌되었거나 청갓 농사도 대성공작이다. 

 

어제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24 촌부의 

농사는 흐뭇하고 뿌듯하고 大만족스런 결과, 

훵하게 비워진 밭에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마치 밀레의 그림, 만종처럼 말이다. 말없는 

밭이지만 땅에, 흙에, 하늘에, 바람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최소한 농부의 예의가 아닐까? 

이제 내년 봄까지 긴 숙면에 드는 밭이지만 

그동안 많은 것을 아낌없이 내주어 우리들의 

자급자족을 충분히, 넉넉하게 한 것은 물론, 

많은 분들과 나눔을 통하여 서로의 정을 나눈 

우리의 농사였다. 그래서 우리의 농사는 곧 

나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좋다. 

그래도 텃밭농사 23년만에 파는 농사도 처음 

지어봤다. 게으른 농부의 어쭙잖은 생각으로 

고추농사 대신 큰밭에 손이 덜가는 옥수수를 

심어 팔았더니 고춧가루값을 벌고도 남았다. 

어찌되었거나 농사가 잘 마무리되어 흐뭇한 

마음, 내년을 기약하며 밭설거지도 끝냈다. 

 

아~참! 

어제 늦은 오후 아내를 데리러 가면서 양가의 

막내들에게 무우 택배를 보냈다. 또 몇 집에 

우리 무우 맛이나 보라며 조금씩 나눔을 했다. 

둘째네에게는 마대자루에 담은 채로 한 부대 

주었다. 그래도 우리가 먹을 것은 충분하다. 

오늘 김장을 한다고 하니 벌써 마음이 바쁘다. 

어서 서둘러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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